산업 생활

[라이벌-신들의 전쟁] ⑩ 묵직한 '에일' vs 깔끔한 '라거'…오늘밤 치맥 콜?

맥주통 발효 위치따라 에일·라거 구분

대체로 에일 색깔 진하고 라거는 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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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겨울밤,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눈길이 가곤 합니다. ‘밤에 먹으면 살쪄’ 마음과는 달리 손은 벌써 배달앱을 켜고 바삭한 치킨 한 마리와 생맥주 주문을 마쳤네요. 식기 전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요즘 보면 가히 맥주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번화가는 물론 골목 곳곳에 수제맥주점이 들어서고 대형마트엔 이름도 생소한 전세계 맥주들이 한가득 진열돼 있습니다. 수많은 맥주들 사이에서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 되죠? 간단하게나마 맥주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에일과 라거 /사진제공=제일기획에일과 라거 /사진제공=제일기획


맥주의 양대 라이벌 ‘에일 vs 라거’


맥주는 크게 에일과 라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효모가 맥주통의 위에서 발효하느냐(상면발효 top fermentation), 밑에서 발효하느냐(하면발효, bottom fermentation)의 차이입니다. 온도가 높으면 효모가 맥주통에 떠서 빨리 발효하고 낮으면 천천히 발효하는 것이죠. 흔히 상면발효맥주를 에일, 하면발효 맥주를 라거라 부릅니다. 에일은 빨리 발효한 만큼 묵직한 맛이 일품이며 라거는 부드럽고 깔끔합니다. 구분하기 어렵다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에일은 대체로 색이 진하고 라거는 맑고 투명한 편입니다.

IPA 맥주IPA 맥주


맥주계 라이징스타 IPA

요즘 뜨는 맥주중 하나가 IPA(Indian Pale Ale)입니다. Indian이란 단어 때문에 인도에서 만들었나 싶지만 그건 아닙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을 때 개발해 지어진 이름입니다. 맥주는 기온이 15도 이하, 40도 이상이면 발효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인도에 거주하던 영국인들은 맥주를 마시고 싶었으나 번번이 제조에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영국에서 만든 맥주를 선박으로 들여오면 운송 도중 맛이 변하기 일쑤였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IPA입니다.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부패를 늦추는 홉의 함량을 높여 진한 향을 풍기는 별미를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기네스 맥주기네스 맥주


포터 맥주포터 맥주


달달한 검은매력 ‘스타우트’


스타우트는 흑맥주입니다. 오랫동안 로스팅한 맥아를 써서 검은 빛을 띠고 단맛이 납니다. 상면과 하면 발효 모두 스타우트를 만들 수 있어서 에일과 라거로 따로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스타우트 맥주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있죠? 네 바로 아일랜드의 ‘기네스’입니다. 그리고 기네스만큼 유명한 흑맥주가 ‘포터’입니다. 여러가지 에일을 섞어서 만들었고 노동자들이 지친 몸을 달래려 많이 마셨다고 한다.



필스너 맥주필스너 맥주


‘맥주혁명’으로 탄생한 필스너

200~300년 전까지만 해도 맥주는 색이 맑지 않았습니다. 황금빛 맥주는 없었고 막걸리처럼 불투명했죠. 초창기의 맥주는 대부분 에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맥주 혁명’이 일어나는데 조세프 그롤이라는 브루마스터가 체코의 필젠(pilsen)에서 황금빛깔의 라거를 개발한 것입니다. 필스너란 필젠에서 나왔다는 뜻으로 맥주 종주국이라 불리는 독일에까지 수출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라거처럼 맑으나 사츠 홉을 써 아로마가 풍부해 큰 인기를 얻자 독일의 양조장들도 잇달아 필스너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며 대중화하기 시작합니다.

베를리너 바이세베를리너 바이세


쾰쉬쾰쉬


지역 한정판 맥주들

베를린에는 ‘베를리너 바이세’라는 밀맥주가 있습니다. 베를린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만들지 못합니다. 밀이 들어간 맥주인데, 맑고 톡 쏘는 청량감으로 유명합니다. 마치 탄산음료를 마시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를 맛본 나폴레옹이 ‘북쪽의 샴페인’이라 이름을 붙였다는 일화로 유명합니다. 쾰른에는 20세기 초반에 발명된 맥주인 ‘쾰쉬’가 있습니다. 쾰쉬는 에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통적인 에일과는 조금 다릅니다. 발효의 시작은 높은 온도에서 하고 숙성은 낮은 온도에서 하며 에일과 라거의 장점을 고루 섞은 맥주라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황원종·오수경기자 wonjjangs@sedaily.com

황원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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