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B 건설사는 요즘 대상자를 선별하고 있다. 1순위는 토목과 플랜트이다. B 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물론 올해 역시 신입사원 채용 시 토목직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며 “일감이 없다 보니 내년에도 토목 신입사원은 없을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한때 귀한 대접을 받았던 토목직이 건설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견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 가운데 신입사원 채용 시 토목직을 뽑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1순위도 토목분야다.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특히 토목직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대다수 업체가 토목직 채용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건설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대 건설사인 C와 D 건설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토목직을 선발하지 않았다. 2년 연속 토목직 신입사원이 ‘0명’인 셈이다.
올해 두자릿수 채용을 진행 중인 E 건설사는 플랜트, 건축주택, 전기통신엔지니어 분야에서만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수 토목직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단 한 명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OC 사업 비중이 높은 F 건설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37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는 데 토목직은 고작 6명이다. 중견 건설사도 토목직 채용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모 중견 건설사는 올해 22명을 뽑았는 데 이 가운데 4명이 토목직이다. 대다수가 건축직이다.
구조조정 대상의 1순위도 토목이다. 일부 건설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랜트와 토목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거나 나갈 예정이다. 유휴인력이 이들 분야에서 나오고 있어 건설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건설현장에서 토목직 위상이 추락한 데는 정부의 SOC 예산 감소와 연관이 있다. 실제 2016년 23조7,000억 원, 2017년 22조1,000억 원 등으로 매해 줄고 있다. 이는 수주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누적 국내 건설사 공공공사 수주액은 전년 동기(31조 6,835억 원) 보다 17.7% 감소한 26조 7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대규모 토목 공공공사의 경우 수익성이 좋지 않아 건설사들이 적극적인 수주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 모 건설사는 올해 공공공사 수주가 거의 없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등 대형 토목공사 일감이 많아 토목 인력을 대거 뽑고, 토목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정기 채용을 줄이고 현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토목직 감소는 건설사의 중장기 경쟁력 악화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