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MICE 서울의 즐거운 상상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필자에게는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오래된 버릇이 하나 있다. 매월 발표되는 수출입 실적을 챙기는 일이 그것이다.

이 버릇은 필자가 서울 삼성동으로 일터를 옮기고 나서도 계속되고 있는데 올해는 유독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역대 최단 기간 무역 1조달러와 사상 최초 6,000억달러 수출의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무역 일선에서 묵묵히 땀 흘린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역 대국 가운데 우리보다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미국·독일·일본·네덜란드 등 다섯에 불과하다. 이제 바로 우리 앞에 있는 네덜란드와 일본부터 따라잡아야 할 텐데 무역 규모 1위 중국을 가시권에 넣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국 정부가 글로벌 전시회 유치와 관련 인프라 확충에 들이는 노력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필자는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에 가서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전 세계 170개국에서 3,600개 기업, 40만명의 바이어가 한자리에 모인 것도 그렇거니와 개최 장소인 상하이국가전시컨벤션센터 면적만 40만㎡로 서울에서 가장 크다는 코엑스의 11배나 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전역에 전시 면적이 10만㎡가 넘는 대형 전시장이 13개나 있고 추가로 9개를 더 건설 중이라는 얘기에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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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마이스(MICE)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중국은 속속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전시 개최 면적은 2009년에 비해 2배가 넘는 1억2,000만㎡에 달했고 전시산업 규모는 3배 이상 성장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 곳곳의 전시장은 해외 바이어의 발걸음과 수출업체의 설득으로 떠들썩할 것이다.

우리나라 실정은 어떠한가. 서울이 국제회의 3위 도시로 도약한 점은 고무적이지만 2000년 코엑스 확충 이후 전시장 추가 공급이 없다는 사실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삼성동 무역센터는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복합 MICE 시설로 경제발전에 기여했지만 최근 수년간 포화상태가 계속되면서 글로벌 이벤트 유치는 물론 기존 전시회 확장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잠실운동장 일대에 10만㎡ 이상의 대규모 전시컨벤션 시설과 스포츠아레나 등 스포츠·MICE 복합시설을 건립하는 계획이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초조감마저 든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은 무역이며 무역 패러다임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확장되는 중심에 MICE가 있다. 정부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외화 가득률이 높은 MICE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인프라 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자취를 좇기 어려울 정도로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그들을 부러워해야 할까. 이래서야 네덜란드와 일본을 따라잡을 수나 있을까. 이번 연말연시는 세계 최고의 MICE 도시 서울에 전 세계인이 함께 모여 비즈니스와 문화를 공유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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