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더 거세지는 '뉴타운 해제' 역풍

"도시노후화 외면...해제 철회를"

증산 4구역, 서울시에 탄원서

사직 2·성북 3구역은 행정소송

정비구역 해제 무효화 움직임도

“주민들 가운데 76% 가량이 재개발 구역 해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가 해제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증산 4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인 사업지 곳곳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을 하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은평구 증산 4구역 등을 비롯해 해제 위기에 놓은 주민들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평구 증산동 증산4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이날 은평구청 주최로 열린 ‘증산4재정비촉진구역 촉진계획 변경 및 관리방안 수립 주민설명회’에서 서울시의 정비구역 해제 결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는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밟기 위한 수순”이라면서 “주민들 중 약 76%가 정비구역해제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 해제 반대 = 앞서 추진위는 최근 지정 해제 위기에 처한 사업을 재개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구역은 2014년 8월 조합추진위가 설립됐으나 2년 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아 구역 해제 위기에 몰렸다. 추진위는 동의서를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 동의서를 받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면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관련법에 따라 지난 2016년 주민 동의 31%를 얻어 은평구에 일몰 연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행정관청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재 조합설립동의율은 76%를 기록하고 있다.


‘아파트에 살고 싶다’며 반발하는 구역은 비단 이곳 만이 아니다. 직권해제 관련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관악구 봉천14구역은 이에 반발하며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시와 관악구청은 최근 봉천 14구역(봉천3동 1번지 일대 7만 4,209㎡)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에 ‘정비구역 등 직권해제 관련 주민의견조사 대상구역’이라고 통보했다. 추진위원회는 해제 절차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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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장위뉴타운에 있는 장위14구역은 서울시의 직권해제 추진으로 해제될 뻔하다가 이달 초 주민투표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장위14구역 주민 34%가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요청해 60일간 주민투표를 진행했는데 찬성률이 60%를 넘어 정비구역 해제를 면했다.

◇ 도시 노후화 외면하는 서울시 = 정비구역이 해제된 지역에서 소송을 제기해 구역해제를 무효화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종로구 사직2구역은 역사문화보존을 이유로 작년 3월에 서울시가 직권 해제했다. 조합은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정비구역 직권해제 및 조합설립인가 취소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성북구 성북3구역은 서울시를 상대로 직권해제 효력 정지 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연말까지 직권해제 효력이 정지됐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 취임 첫해인 2012년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시행한 후부터 올해 2월까지 683개 정비구역 가운데 절반을 훨씬 웃도는 393개 구역이 해제됐다. 정상 추진 262곳, 미결정은 28곳 등이다. 이 가운데 주민의 결정에 따라 해지된 일반 해제지역이 279개, 직권해제 지역이 114개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타운·재개발 지역은 당초 지정 시 관리 필요성을 인정받은 구역들”이라면서 “정비구역을 해제하면 다시 추진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서울시에서 도시 노후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woonmail@sedaily.com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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