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질러 세 자녀를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최수환 부장판사)는 13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모(23·여)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정씨가 자식들에 대해 살인의 고의성을 가지고 불을 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담배꽁초를 처리하다가 불이 났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아이들과 죽을 생각으로 불을 붙였다가 끌 수 없자 혼자 탈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SNS나 문자메시지 내용, 범행 정황을 보면 술을 마셨다 하더라도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해 자녀를 잃었고 아이들의 아버지인 전 남편의 선처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고귀한 생명을 빼앗기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끔찍한 공포와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며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는 지난 2017년 12월 31일 오전 2시 26분경 광주 북구 두암동 모아파트 자기의 집에서 4세·2세 아들, 15개월 딸 등 3남매가 자고 있던 작은방에 불을 내 자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자녀 양육, 생계비 마련 등으로 인한 생활고에다 인터넷 물품대금 사기와 관련해 변제 독촉을 자주 받자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문우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