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와 맞짱 후 인기 치솟는 '78세 할머니' 펠로시

트럼프와 백악관서 국경장벽 예산안 두고 설전

다음 달 임기제한 카드로 내부 반대파도 잠재워

'걸크러시 면모'에 착용했던 코트까지 주목받아

붉은 색 막스마라 코트를 입고 아르마니 선글라스를 쓴 낸시 펠로시(오른쪽) 미 하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을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붉은 색 막스마라 코트를 입고 아르마니 선글라스를 쓴 낸시 펠로시(오른쪽) 미 하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을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의 이번 주는 한마디로 ‘대성공(triumph)’이었다.”

거친 언행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집게 손가락을 흔들며 설전을 벌이고 당내 반란까지 한숨에 제압한 펠로시(78) 하원 원내대표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이렇게 평가했다. 대통령과 ‘맞짱’을 벌인 뒤 세련된 코트를 휘감고 백악관을 나서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78세 할머니가 제대로 된 걸 크러쉬(Girl Crush·여자도 반할 멋진 여자)를 보여줬다”며 환호했다.


펠로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원 의장 후보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고 이에 맞서 싸울 적임자임을 증명하면서 하원의장직 재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토론은 별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끝났지만 이날 4자 회담으로 펠로시의 인기는 크게 치솟았다. 그는 이날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집게 손가락을 흔들며 “하원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 민주당의 리더 자격으로 내가 이 자리에 가져온 힘을 (마음대로) 규정짓지 마라”고 경고하는 등 ‘반(反) 트럼프 진영’의 선봉으로서 존재감을 각인했다.



아울러 펠로시는 회담을 마친 직후 민주당 동료들과 가진 미팅에서 “나는 (트럼프를 달래는) 엄마 역할을 하려고 했지만 스컹크랑 오줌 싸기 경쟁(tinkle contest)을 하면 나 자신도 오줌 범벅이 되더라”며 거침없는 입담까지 선보였다. WP는 펠로시가 의도적으로 ‘tinkl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보았다. 사전상 이 단어는 ‘(종이나 시계 등이) 쨍그랑·딸랑 하는 소리’라는 뜻과, ‘오줌을 싼다’는 뜻이 있다. 엄마가 아기 오줌을 누이면서 하는 “쉬~” 라는 말이기도 하다. 펠로시가 이 단어를 통해 트럼프를 턱받이를 하고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비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두 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왼쪽),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두 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왼쪽),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이후 온라인에서는 “멋있다”는 반응이 속출했으며 펠로시가 백악관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입었던 붉은 색 막스마라 코트와 아르마니 선글라스까지 화제가 됐다. 해당 코트는 막스마라의 ‘글라미스(GLAMIS)’로 2013년 생산이 중단된 모델이다. 막스마라 측은 이 모델을 내년에 재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 막스마라 코트는 1,000~2,000달러(약 113만~226만원) 수준이지만 최대 4,000달러(약 452만원)까지 갈 수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펠로시는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두번째 취임식 때도 이 코트를 입었지만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다.

2002년부터 16년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맡아 온 펠로시는 얼마 전까지 민심에 둔감한 민주당 내 구악의 상징으로 꼽혔다. 민주당 신진 세력 사이에서 ‘펠로시 교체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4자 회동 뒤에는 “나이 들고 노회한 정치인으로 간주됐던 펠로시가 화끈한 할머니(feisty grandma)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 줌으로써 지지층 사이에서 다시 쿨 한 인물로 부상했다”고 WP는 평가했다.

얼마 전까지 원내 대표 후보 사퇴 압박을 받았던 펠로시는 내부 반대파들의 목소리도 단숨에 제압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13일 펠로시 원내대표가 백악관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일전’을 벌인 뒤 지도부 임기 제한에 합의함으로써 일부 젊은 하원의원들의 반란을 잠재웠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합의는 당내 반대 목소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몇 주 간 올인해 온 펠로시 입장에서는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원내대표. /워싱턴DC=AFP연합뉴스낸시 펠로시 미 하원 원내대표. /워싱턴DC=AFP연합뉴스


펠로시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이 하원의장이 되면 그 임기를 4년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그를 반대해온 민주당 하원의원 가운데 7명이 성명을 내고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 찬성으로 돌아섰다. 펠로시는 성명에서 “나는 나 자신을 다음 세대 지도부로 건너가는 교량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젊은 세대가 더욱 권한과 책임감을 가진 위치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신의 책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펠로시 원내대표의 임기 제한 합의는 세대교체 요구에 대한 양보이자 협상가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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