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방치된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北, 해외 180여개 웹사이트서

대남 SNS 심리전 강화하는데

靑 수수방관 속 '친북화' 우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최근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북한의 사이버 선전선동, 즉 사이버 심리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올 4월 판문점선언 이후 오프라인 공간에서 북한의 대남 심리전은 중단됐지만 온라인 공간에서의 대남 심리전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김정은 서울 답방과 관련해 북한의 대남·대외 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의 선전이다. 지난 12일 ‘메아리’에서는 “우리 주변이 마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마술에라도 걸린 듯 일종의 ‘김정은 쇼크’ 현상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 여기가 서울인지, 평양인지 헷갈릴 지경이다”라고 선전하며 백두칭송위원회·위인맞이환영단·꽃물결대학생실천단·백두수호대 등과 같은 북한 추종단체들을 직접 거론하고 이들의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사이버 선전선동 내용을 보면 크게 김정은과 북한체제의 찬양, 반미 및 국내 보수세력 척결 등 세 방향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물론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은 대남적화전략의 일환으로 다방면에서 사이버 심리전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2014년 2월24~25일 개최된 제8차 조선노동당 전국 사상일군대회에서 김정은이 폐막일에 참석해 ‘혁명적인 사상공세로 최후 승리를 앞당겨나가자’는 제목의 연설을 하면서 “인터네트(인터넷)를 우리 사상·문화의 선전마당으로 만들기 위한 결정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질적으로 정교하게 변화하고 있다.


북한은 12월8일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를 통해 통일전선부에 소속된 ‘조선 6·15 편집사’ 명의로 주관한 ‘2018년 인터네트 우리민족끼리 작품상 경연’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해외 동포들이 투고했다는 작품을 심사해 입선작품과 입선자들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시인 권모씨라는 국내 인사도 포함돼 있다. 북한은 심사결과문에서 “올해 경연에는 백두산 절세위인들에 대한 열렬한 흠모심과 인민의 행복과 문명이 꽃펴나는 우리 공화국의 경이적인 현실, 온 겨레와 세인을 경탄과 환희로 들끓게 한 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의 특대사변들을 반영한 여러 가지 형식의 도서와 글, 시작품들이 많이 투고되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직접 김정은을 찬양하던 선전방식에서 벗어나 창작작품 경연형식을 통해 선전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심리전의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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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인 통일전선부는 직속으로 사이버 공작 부서를 운영하며 해외에 개설한 180여개의 웹사이트 외에도 1,000여개의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 계정을 개설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대남 심리전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해외개설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게시한 대남선전물을 실시간으로 국내에 유포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통일전선부와 정찰총국 사이버공작 부서에 이른바 ‘댓글팀’을 신설하고 사이버 심리전 공작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부서에는 300명이 넘는 이른바 ‘댓글 전문요원’이 활동 중인 것으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허위정보 및 역정보 등 이른바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여론왜곡 공작을 전개해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과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북한의 대남 사이버 심리전이 사이버 공간에 ‘김정은 해방구’를 구축하고 발호하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국방부는 올 4월 판문점선언 이후 북한의 사이버 위협이 없다며 북한을 대변하는 데 급급하다. 사실 북한의 해킹과 사이버 테러와 같은 고강도 사이버 공격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지대하나 북한이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무차별적으로 전개하는 대남심리전이 더 큰 문제다. 북한의 대남심리전은 저강도 공작이어서 사이버 테러와 같이 그 위험성이 명확하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청소년들과 선량한 국민들의 의식을 서서히 ‘적색(赤色) 친북화’시키는 유용한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사이버 안보위협을 논할 때 아예 사이버 심리전은 그 영역에서 제외되기 다반사다. 사이버 심리전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바 이에 대한 인식제고가 중요함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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