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으로 우리나라 연구자의 국제 공동연구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학을 비롯해 정부 출연 연구기관, 기업이 외국의 고가장비를 사용하거나 외국과 기술교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태를 잘못 처리하면 앞으로 외국 기관과 대학에서 한국 내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해 한국과의 협력 기회를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우성훈 미국 IBM왓슨 박사(Research Staff)는 지난 14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과학자가 본 국가 R&D 현실과 혁신 방안’ 특별좌담회에서 “제가 최근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병역특례로 박사후연구원과 선임연구원으로 3년 넘게 근무하며 직접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X레이 빔 타임을 이용해 논문을 쓰기도 했다”며 “당연히 이번 사태를 외국에서는 감안할 수 있어 국제 공동연구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 총장 시절 LBNL이 보유한 고가 연구장비인 X레이 빔 타임을 50%까지 독점 사용하는 대가로 200만달러를 지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연구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탁희 서울대 교수는 “과학기술계에서도 이번 사태의 진실은 잘 모르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정치적 개념에서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며 “과학 하는 입장에서는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과학은 정치에서 독립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 기관이 공동연구 파트너인 한국 측에 더 많은 장비 이용) 기회를 준 것인데 이를 우리 정부가 비위 사건으로 몰아가니까 (LBNL은) ‘미국의 규정과 원칙에 맞게 일 처리를 한 것인데 의혹을 제기하느냐’고 따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외국에서 한국에 연구협력 기회를 두 번 줄 수 있는 것도 한 번만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신 총장 건은 제 소관이 아니고 저도 KAIST 일원(생명과학과 교수)이라 언급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과학은 당연히 정치에 상관없이 가야 하는 것이고 정부는 실제 그렇게 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