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서경이 만난 사람] 박원주 특허청장 "'생활 속 특허' 창출·보호 강화...지식재산 저변 넓힐 것"

한국, 세계 4위 IP 강국이지만 지재권 확보·활용 여전히 부족

중기 '돈 되는 특허' 개발 지원...AI 등 4차혁명 분야 우선 심사

징벌적 손해배상制로 기술 탈취 엄벌...'특허 한류' 조성도 추진

대담=정민정 성장기업부장 jminj@sedaily.com

박원주 특허청장./이호재기자.박원주 특허청장./이호재기자.



“특허는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일상생활 속 불편을 없애기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가 발명이고 이를 권리화하면 특허가 되는 거죠. 기업이 특허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회사 매출을 늘려주는 ‘요술 방망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모든 국민과 기업은 잠재적인 특허 소유권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원주(54·사진) 특허청장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건수로 세계 4위의 지식재산(IP) 강국”이라면서 “하지만 특허를 인식하고 활용하는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는 발명과 특허를 연계한 교육을 강화해 인식 제고에 나서고 산업 현장에서는 중소·벤처기업의 특허 창출에서부터 보호·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의 IP 저변을 넓혀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자리는 박 청장이 취임 후 언론사와 가진 첫 번째 인터뷰다.

박 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재산 주무부처로서의 청사진도 공개했다. 박 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핵심기술이 기술 간 융합과 신산업 창출을 좌우하고 지식경제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특허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강력하게 보호해 산업혁신을 촉진하고 돈이 되는 미래 유망 분야의 고품질·원천 특허를 확보해 사업화까지 지원,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특허청에는 산업 기술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있다”면서 “우수한 심사 인력들이 산업 현장과 교류하면서 특허심사 품질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성윤모 전 청장에 이어 9월 제26대 특허청장에 임명됐다.

박 청장이 취임 일성으로 ‘생활 속 특허’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특허의 저변이 튼튼하지 못하면 ‘세계 4위(출원 건수 기준) IP 강국’이라는 구호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취임 후 산업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그의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그는 “현장 방문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 전에 관련 특허를 면밀히 검토하거나 기술개발 결과를 지재권으로 확보하는 역량과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특허청이 미래의 산업 트렌드를 먼저 읽고 산업의 길목을 지킬 수 있는 강한 특허, 시장성 있는 토실토실한 특허를 기업들이 많이 출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신제품 개발 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청이 특허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IP-R&D(연구개발) 사업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죠. 실제 신약 개발을 추진하던 한 회사는 이 사업을 통해 후보 물질의 특허 분석을 통해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던 특허 공백을 찾아냈습니다. 수많은 실험을 거치지 않고도 시장성 있는 신약 용도를 선점했고 현재 세계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특허청은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들이 성장의 계기를 찾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파악하며 궁극적으로 혁신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발명교육은 특허 저변을 넓혀나갈 또 다른 핵심축이다. 특허청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전국에 광역 발명교육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박 청장은 “발명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의 핵심적 교육 수단으로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발명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발명교육 지원센터는 발명교육 체험, 심화형 발명교육을 통해 지역의 혁신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해 차세대 혁신가로 성장시키는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특허청은 최근 경북교육청과 함께 경주 지역의 황남초등학교 건물을 재단장해 ‘1호 발명체험교육관’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특허청은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 오는 2022년까지 수도권·영남권·호남권·충청권·강원권(또는 제주권) 등으로 센터 설립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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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청장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신속한 특허 획득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허청은 올해부터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3D프린팅·자율주행차·빅데이터·지능형로봇·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7대 분야의 기술에 대해 우선 심사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신속한 심사가 필요한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를 추가로 발굴해 해당 분야의 특허출원에 대해 우선 심사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급증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특허출원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 심사조직을 확보하고 전문 심사인력을 증원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2개 이상의 기술이 결합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융합적 기술특성을 반영해 파트장을 중심으로 3명의 심사관이 협의·심사하도록 해 고품질 특허 획득을 지원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은 특허청 역사에 의미 있는 날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허·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처벌수위 상향 등 지식재산 보호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허법 및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6월부터 타인의 특허권 및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하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다. 박 청장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국내 특허 시장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에서 많은 특허가 출원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등록된 특허들이 사업화돼 기업의 매출 확대로 연결되지 못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특허를 돈을 주고 산다는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특허를 침해하고 고발당해도 보상하는 액수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교섭해서 지불하는 비용보다 싸니 돈이 되는 특허를 만들 유인이 부족했던 거죠.”

특허청에 따르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특허침해소송에서 우리나라의 손해배상액 중간값은 6,000만원으로 미국의 65억7,000만원보다 크게 낮다.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해도 9분의1에 불과한 수준으로 지금까지 특허 침해 피해기업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박 청장은 “이번 법 개정은 중소기업 기술탈취행위를 근절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실현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특허심사·행정시스템을 개발도상국에 소개하며 특허 한류 확산에도 나설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지재권 보호환경을 개선하고 협력 수요가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지식재산 행정 한류를 확산시킬 것”이라며 “아세안(ASEAN)+1 청장회의의 한국 개최를 통해 핵심 교역 대상이 된 ASEAN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베트남·캄보디아 등 지재권 협력수요가 높은 국가와의 양자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브라질 등 차세대 경제주도 국가에서 우리 기업이 권리를 조속히 확보하고 확보한 권리는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심사협력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선진 특허시스템 도입에 관심이 많은 중동국가와는 한국형 특허행정서비스 진출을 통한 현지 지재권 선진화 지원과 같은 호혜적인 협력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 청장은 특허청 수장으로서 청을 생동감 넘치는 조직으로 바꾸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특허청에는 600명 이상의 유능한 이공계 인력들이 모여 있어요. 하지만 만성적인 심사 인력 부족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허심사 인력들이 여유를 갖고 자기가 심사하는 산업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도 특허심사관들과 소통하고 싶은 수요가 커요. 특허심사관들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산업 현장에 환류시켜 특허청을 지금보다 좀 더 살아 숨 쉬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정리=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 He is

△1964년 전남 영암 △1987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0년 서울대 정책학 석사 △1997년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박사 △2009년 주(駐)일본국대사관 공사참사관 △2012년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 산업경제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 산업정책관 △2014년 산업부 대변인 △2015년 산업부 기획조정실장 △2016년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2016년 대통령비서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 △2017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2018년 9월 제26대 특허청장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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