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와 함께 피해액도 매년 늘고 있지만 신고를 통해 돌려받는 환급률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범죄수익금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17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환급률은 21.5%(389억원)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률은 지난 2014년 25.2%에서 2015년 27.6%로 높아진 후 2016년 26.2%에 이어 지난해 24.6%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4년 7월부터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로 돈을 송금한 경우 금감원이나 해당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피해금을 되찾을 수 있는 구제절차다. 피해액이 즉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만큼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환급률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최근 금융기관을 사칭한 범죄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사칭형에 비해 금융기관 사칭형 피해는 피해자가 사기임을 인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신고했을 때는 이미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경우가 많다. 실제 올해 금감원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 중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출빙자형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70.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36.8%)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강력한 단속·처벌과 함께 정부가 나서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고도화·지능화되는 이유는 검거되지 않은 조직이 범행을 반복하면서 수법이 다양화되기 때문”이라며 “중국과 필리핀 등 보이스피싱 조직이 근거지를 둔 국가와의 공조로 범죄수익금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해야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