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쉽게 변하지 않을 수급요인 때문에 당분간 계속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7.3% 떨어진 배럴당 46.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10월 3일 기록한 76.10달러에서 2개월여 만에 무려 39.2% 떨어진 수치다.
다른 벤치마크 유가인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2월물 가격도 이날 전장보다 5.6% 떨어져 배럴당 56.26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는 지난 10월 3일 85.4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2개월여 만에 다시 34.1% 하락했다. 불과 두 달 전에 4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던 기름값이 이렇게 급락한 원인은 수요감소, 공급과잉 우려가 맞물린 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에너지 투자 전문회사 토토이즈의 롭 서멀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수요가 많을지, 공급이 줄어들지에 대한 기름 방정식의 두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인 산유국들은 내년 1월부터 하루 120만 배럴씩 감산하기로 이달 초 합의했다. 이런 공급조절 합의는 처음엔 유가를 유지시키는 듯했으나 그 효과가 금세 사라졌다. WSJ은 감산이 유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이 회의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원유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 그런 회의론을 부채질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원유생산업체들은 현재 원유를 하루 1,200만 배럴씩 생산하고 있다. EIA는 미국 주요 지역에서 생산되는 셰일 원유만 따져도 이달부터 하루 134,000 배럴씩 증가해 내년 1월에는 하루 82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과 유럽이 경기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한동안 호경기를 보였던 미국도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 1, 2위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도 전망이 불투명하고 수요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원자재 투자펀드인 DWS의 다웨이 쿵은 현 상황을 두고 “유가에 일종의 ‘퍼펙트 스톰’(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해 위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앞으로 몇주 동안 계속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원유 중개회사인 PVM의 타마스 바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유가는 하락이 유일한 행로”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내년 원유 수급에 많은 변수가 있지만 가용한 자료, 정보, 시장의 심리를 토대로 볼 때 유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바로 공급 측면에서 억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업체인 글로발트의 토머스 마틴은 “경제성장 둔화, 특히 중국의 상황을 볼 때 수요 측면에서 기가 꺾인다”며 “공급 측면에서도 유가에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