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중국에 못가는 산타·루돌프…곳곳 ‘크리스마스 금지령’

당국, 축제·판촉 금지…학생들엔 “선물도 말라”

“서방문화 억압하는 편협한 민족주의” 비판도

중국 곳곳에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투데이중국 곳곳에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투데이



최근 중국 당국이 ‘지하교회’를 잇따라 폐쇄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곳곳에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내렸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인근 도시인 랑팡 시 도시관리국은 최근 도시 전역의 상점들이 길거리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거나 장식, 조명을 다는 등 크리스마스 판촉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공문을 내렸다. 또 크리스마스 야외 공연이나 종교활동도 엄격하게 금지됐으며, 시민들은 이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도록 했다. 사회 안정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다.

당국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노점상들이 크리스마스 양말이나 사과, 산타클로스 인형 등을 판매하는 것도 대대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다른 지방정부의 교육 당국은 각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크리스마스 축제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활동에 참여하지 말고 선물도 주고받지 말도록 계도하라”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크리스마스와의 전쟁’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는 크리스마스 전야 길거리의 넘쳐나는 인파와 흥겨운 분위기를 전하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겨왔다. 하지만 지난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주창한 후 사상 통제를 강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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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 CCTV 등 관영 매체에서 성탄절 관련 보도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중국 공산당은 주요 기관, 대학, 공산주의청년단 등에 성탄절 활동에 참여하지 말 것을 지시하고, 이에 동참하겠다는 서명도 받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몰려와 야외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쓰러뜨리기도 했다.

중국이 이렇게 ‘크리스마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전 세계에 유통되는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의 60%는 중국이 생산·수출한다. 이를 고려하면 중국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중국 당국이 종교 통제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최근 넉 달 새 3곳의 유명 지하교회가 폐쇄됐다. 당국은 지난 9월 베이징 최대 지하교회인 시온 교회를 폐쇄했고, 이달 9일에는 청두 시 추위성약 교회를 덮쳐 왕이 목사를 비롯한 신자 10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15일에는 광저우 시 룽구이리 교회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이 크리스마스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서방문화를 억압하는 것으로, 편협한 민족주의의 발현이자 문화대혁명의 변종”이라고 비난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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