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VC 규제’ 안풀고 유니콘 발굴 가능하겠나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자본시장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 발굴과 육성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코넥스 상장기업,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 등과 함께한 현장간담회 자리에서다. 창업기업 중 유니콘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려면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했다는 점에서 반갑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벤처활성화대책을 쏟아냈는데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여전히 열악하다. 특히 대기업 투자제한 등 이런저런 규제 탓에 자금 유치에 애를 먹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많은 스타트업이 국내 투자를 받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유니콘 4개 중 대부분이 국내 자본이 아닌 해외 자본의 대규모 투자로 성장해왔다. 최근 유니콘 반열에 오른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에 투자금을 댄 곳도 미국계 벤처캐피털인 리빗캐피털 등 해외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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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창업기업들이 해외 자금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한국 경제에 손실이다. 국내 자본으로 유니콘을 육성하려면 충분한 자금 유치가 가능하도록 투자의 물꼬를 터주는 게 급선무다. 그중에서도 대기업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핵심은 놓아둔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 지난달 1일 내놓은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도 소액공모 한도 확대 등 개인 투자요건 완화에 그쳤다.

본질인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허용은 경제력 집중, 일감 몰아주기 핑계를 대며 주저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CVC가 벤처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고 이들의 성과가 일반 벤처캐피털보다 우수하다는 분석이 많은데도 귀를 막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정부는 올해 초 “벤처생태계를 혁신해 2022년까지 유니콘 8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대기업의 벤처 투자 족쇄를 풀지 않으면 이는 희망사항에 그칠 것이다. 이참에 자본시장제도 전반을 재설계해 시중 부동자금이 혁신기업에 유입될 통로를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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