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주열 "포스트 반도체 안보여...3~4년 후 걱정"

한은 총재 기자간담

"세계 각국 혁신 속도 내는데

우리 내부 변화는 너무 더뎌

최저임금 연속 인상 악영향도"

홍남기 부총리와 오찬 회동

"정책공조 중요...긴밀 협력"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 마련된 오찬 회동장에 손을 잡은 채 입장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 마련된 오찬 회동장에 손을 잡은 채 입장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포스트 반도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 “3~4년 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기득권과 관행에 가로막혀 새로운 선도산업을 육성할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가 미진한 점을 두고서는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만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며 경고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가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만큼 지속할지 자신할 수 없다”며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일부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걱정은 해를 거듭할수록 뚝뚝 떨어지는 잠재성장률에서 비롯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는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올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는 최초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자 비중 14% 이상) 진입이 확정된 해이기도 하다”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사회에서 어떻게 경제활력을 유지할지 과제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이를 타개할 길은 결국 신산업 육성이지만 현재로서는 반도체 호황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중관춘(中關村) 등을 다녀온 경험을 소개하며 “세계 도처에서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내부의 변화는 아직 더디기만 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세계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산업을 빨리 키워야 장기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다만 내년에는 올해 수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이 총재는 내다봤다. 최근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2.6~2.7%로 전망하고 현대경제연구원은 2.5%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내년도 거시경제 흐름이 올해보다 크게 악화할 것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 경로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잠재해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있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의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에 대해 이 총재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내년에는 기업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용의 부정적 효과를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19일 한은 본관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재정·통화정책 공조 의지를 내비쳤다. 홍 부총리 취임 후 재정·통화 당국 수장 간 첫 만남이다. 홍 부총리는 “적극적으로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펴나갈 예정이지만 재정 역할만으론 부족하다”며 “통화, 금융정책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하고 정책 공조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엄중한 리스크 요인이 상존해 있기 때문에 기재부와 한은이 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시간 10분가량 비공개 오찬을 하며 한미 금리 격차 등 금융시장 현안과 실물경제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20일 소집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시장 예상대로 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고 내년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관심 있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