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수고했어 오늘도’)
“불안해 하지 마. 이렇게 얘기하는 나도 사실 불안해. 걱정하지마 이렇게 얘기하는 나도 사실 걱정이 산더미야”(‘인턴’)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옥상달빛(김윤주·박세진)이 잔잔한 음성으로 이렇게 노래를 불러주면 순간이나마 불안과 걱정은 사라지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이들이 읽어준다면 어떤 책이라도 ‘힐링하기 좋은 책’이 될 것만도 같다. 이번주 ‘스타의 서재’ 주인공은 옥상달빛이다.
마포구 와우산로길에 위치한 소속사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에서 만난 옥상달빛은 ‘편의점 인간’과 ‘데미안’을 추천했다. 과연 옥상달빛답다. ‘내가 과연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라고 불안해하거나, 나에게 이르는 길, 나만의 길을 향해 가고 있지만 불안한 청춘들이 힐링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까.
김윤주는 “저도 사람들에게 정상적으로 보여지기 위해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며 “‘비정상 인간’ 주인공 게이코가 말투와 행동의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를 숙지해 나아가면서, 정상 범위에 이르는 게 재미있다”며 ‘편의점 인간’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라디오 진행을 하듯 책 소개를 이어 나갔다. “게이코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비정상 취급을 받아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상범위에 게이코가 있는 게 아닐 뿐이지 나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잘 사는 인물이에요. 편의점 일하는 그는 일을 위해서 수면시간도 조절하고, 몸을 청결하게 유지해요. 모든 게 직장인 편의점에 맞춘 인생을 살죠. 그런데 사람들은 18년 동안이나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그를 이상하게 봐요. 그리고 또 재미있는 건 게이코가 더 이상한 사람을 난다는 거에요. 결혼할 상대를 구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자를 만나고, 둘은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결혼을 해야 한다며, 동거를 시작해요.”
책을 소개하던 김윤주는 기억에 남는 문장들 중 고심 끝에 고른 몇 개를 책장을 넘겨 가며 읽어주기도 했다. “왜 편의점이 아니면 안 되는지,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면 왜 안 되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점원’이 될 수는 있어도, 매뉴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전혀 모르는 채였다.”(29쪽) “아, 나는 이물질이 되었구나,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98쪽)
박세진은 “죽을 때까지 읽고 싶은 책”이라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을 때까지도 나에게 이르는 길에 대해 방황을 하는 존재인 까닭이다.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의 10살부터 20살까지의 여정을 다룬 이야기에요. 10년간 데미안이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그 친구로 인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에 대해 깨닫게 되고 결국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여름 즈음에 서점에 갔다가 팝업스토어에서 보고 사게 됐죠. 어렸을 때도 필독서라서 읽기는 했는데, 기억에 남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읽고 나서 정말 이런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어요. “헤르만 헤세 대박!”(웃음)
그러면서 박세진은 ‘데미안’의 서문을 통째로 외워버리고 싶을 만큼 좋다며 가장 좋아하는 부분들을 읽어줬다. 그의 음성에서는 스무 살부터 스물두 살까지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문득 음악이라는 자신의 길을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던 스물두 살의 끝자락을 보내던 그 해 연말의 심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누구든 출생의 잔재, 시원의 점액과 알껍질을 임종까지 지니고 간다. 더러는 결코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치고 말며, 도마뱀에, 개미에 그치고 만다. (중략) 똑같이 심연으로부터 비롯된 투척이지만 각자가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하여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 뿐이다.” 자신만의 ‘데미안’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평생 누군가의 데미안이거나, 데미안 같은 친구를 만난다면 말이다. 대학 시절 만난 김윤주와 박세진은 그렇게 서로의 데미안이었고, 서로의 곁에서 각자의 오솔길을 걷고 있다.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