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졌던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복역했던 김영준(57) 전 이화전기공업 회장이 또다시 횡령·주가조작 등의 비리로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14년 김 전 회장은 1년간 이화전기공업과 계열사 자금 775만달러(약 87억원)를 홍콩의 개인 회사로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횡령한 회삿돈 18억원으로 자회사 주식을 차명으로 사들인 뒤 외부 투자금이 들어온 것 처럼 허위로 공시해 주가를 끌어올려 약 7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주식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시세조종 세력을 끌어들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와 인도네시아 소재 자회사 ‘켑소닉’의 파산신청 사실을 숨기고 회사 주식 2,800만주를 주당 376원에 공모청약을 받아 총 105억2,800만원의 청약대금을 받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이화전기공업이 지분 40.84%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법인 켑소닉에 대해 켑소닉의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해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고 숨긴 채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켑소닉에 대한 파산신청 사실이 ‘코스닥 시장 공시규정’에 따른 의무공시 사항에 해당하지 않아 법률 위반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분보유 회사의 파산신청 사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해야 하는 중요사항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으므로 배임죄라고 봤다.
1심은 “자신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채 각종 불법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일부 배임 혐의를 무죄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