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佛 에꼴42처럼…'3無' SW학교, 한국에도 만든다

매년 19~39세 중 시험·합숙 거쳐

문제해결·협업 능력만 보고 선발

취업률 100%·스타트업 창업 활발

정부 5년간 예산 1,750억 투입

내년 봄 학생선발·하반기 개교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에꼴42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하고 회의실에서 팀 단위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사진=에꼴42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에꼴42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하고 회의실에서 팀 단위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사진=에꼴42



프랑스 파리 17구에 위치한 에꼴42(Ecole42). 코딩 등 IT(정보기술) 솔루션을 개발하는 이 곳은 등록금은 물론 교수·교재·졸업장이 없는 ‘3無 학교’인데도 취업률 100%를 자랑한다. 학생들은 재학 중 스타트업을 150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사진공유 서비스 포톨리아를 2014년 미국 어도비에 8억8,000만달러에 매각했다. 에꼴42는 자비에 니엘 프리모바일 회장이 2013년 사재를 내놓아 설립, 운영하고 있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에꼴42와 손잡고 혁신 소프트웨어(SW) 교육기관을 만들기로 했다. 내년 봄 학생 선발에 들어가 하반기에 개교한다. 19~39세 중 학력·전공·직업·국적에 상관없이 매년 500명씩 선발해 무료 교육할 방침이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에꼴42의 3년 과정을 2년으로 압축하고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을 가미하는 식이다.




2415A14 파리 에꼴42와 서울판 에꼴42 개요


정부는 개교 예산으로 내년 350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앞으로 5년간 총 1,75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장소는 서울 강북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건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발은 에꼴42처럼 온라인 시험을 통해 1차로 추린 뒤 합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하는 능력을 본다. 실제 에꼴42는 매년 2만여명의 지원자 중 온라인에서 논리력 등을 평가해 3,000명으로 압축한 뒤 1개월 합숙을 시켜 1,000명을 뽑는다. 이 때 스스로 헤쳐나가고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


서울판 에꼴42 설립을 위해 에꼴42의 플로란 비셰 공동설립자와 소피 비지에르 교장이 지난 11월 방한해 기획재정부·과기정통부 측과 제반 협력방안을 협의했고 조만간 정부 측도 에꼴42를 답방할 방침이다. 비지에르 교장은 “에꼴42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양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인재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는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을 수장으로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교육부까지 망라해 ‘혁신인재양성TF’를 운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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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인 노경원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불확실성 시대 핵심 SW 인재를 적극 키울 것”이라며 “에꼴42와 어떻게 협력할지 최종 결정하지 않았으나 조만간 운영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꼴42가 미국에 직영으로 운영하는 에꼴42실리콘밸리를 참고해 한국이 설립·운영비와 부지를 제공하고 프랑스가 운영에 공동참여하는 모델이 될지, 아니면 남아공·인도·대만·태국·콜롬비아 등처럼 에꼴42 프로그램을 쓰는 대가로 1인당 연 500유로의 로열티를 낼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3안으로는 정부가 에꼴42를 벤치마킹하는 정도로 운영할 수도 있으나 파격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에꼴42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하고 회의실에서 팀 단위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사진=에꼴42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에꼴42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하고 회의실에서 팀 단위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사진=에꼴42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에꼴42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하고 회의실에서 팀 단위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사진=에꼴42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에꼴42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하고 회의실에서 팀 단위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사진=에꼴42


한편 에꼴42가 지난 5년간 쌓아온 노하우는 이렇다. 19~30세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데 합격하면 4명씩 팀을 짜 게임하듯이 코딩 등 IT 솔루션을 다듬어간다. 코딩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풍경이 일반적이다. 학교는 24시간 개방돼 간이침대를 놓고 밤 늦게까지 몰입하는 학생도 있다.

전공은 정보보안, 시스템 소프트웨어(리눅스), 컴퓨터그래픽스(VR·AR 등)가 있는데 학교는 학생의 실력과 관심분야에 맞춰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관리한다. 이때 팀원의 최하위 점수를 기준으로 1~21단계 승급 여부가 결정된다. 3년 과정 중 최소 2차례(10개월 이상) 기업에 인턴 근무하는데, 16~17단계에서 실리콘밸리나 유럽 주요 IT 기업이 뽑아가는 경우가 많다.

에꼴42 모델 도입에 관여하고 있는 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에꼴42를 탐방해보니 프로그램을 그대로 들여와 소프트웨어 혁신교육의 아시아허브로 발돋움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인공지능·가상현실·증강현실·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인력이 3만2,000여명 부족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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