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이 끝나면서 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신기록 행진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올해 전체를 봤을 땐 사상 최고 성적을 달성할 것이 확정적이나,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가 부진해 내년 상반기까지 올해와 같은 질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8일을 전후로 올해 4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한다. 증권가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63조8,300억원에 영업이익 13조9,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65조9,800억원·15조1,500억원)보다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7.6% 감소한 셈으로, 지난해 1분기 9조9,000억원 이후 7분기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고 성적표를 써냈던 전분기(17조5,700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 감소율은 20.5%에 달한다.
특히 최근 실적 전망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대부분 4분기 영업이익을 13조원대 초반으로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13조원을 밑돌며 ‘어닝 쇼크’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올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8조3,300억원과 62조600억원 안팎으로 관측돼 지난해 세웠던 신기록(239조5,800억원·53조6,500억원)을 가볍게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실적 상승세가 부정적으로 점쳐지는 결정적 이유는 역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자체의 둔화가 예측돼서다. 최근 2년여에 걸쳐 이어졌던 장기 슈퍼호황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도 동반 급락세에 접어든 데다 주요 거래처도 재고 관리에 나서면서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올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밑돌고, 최근 꾸준히 50%를 상회했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도 40%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 부문도 부진한 가운데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연말 특별보너스 비용도 실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증권가의 내년 1·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각각 12조3,600억원과 12조4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낸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수치다. 2년 전만 해도 분기 영업이익 12조원은 상상조차 어려웠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호황’이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이 나오는 이유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시장의 재고 조정이 끝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 실적이 상반기에 하락세를 보이다가도 다시 상승세에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시됐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과 국제 금융시장의 급변동, 중국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시황만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을 가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삼성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에 대해 “구조적인 장기 하락세라기보다 단기적인 재고 조정일 가능성이 아직 높다”고 진단하면서도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