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유가·정제마진 줄줄이 하락…정유사 "4Q 영업손실 불가피"

정제마진 지난해보다 64% 줄고

두바이유도 두달새 65% 수준 ↓

"적자 면하겠지만…수익은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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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 업계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에 이어 정제마진 악화라는 이중고로 급격한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업계 내부에서는 올 4·4분기 정유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배럴당 2.8달러로 급락했다. 전년 대비 64% 하락했고 지난달에 비해서도 39%나 빠졌다. 정유업계는 1배럴당 5달러 수준은 유지해야 이익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현재 상태로는 제품을 팔면 손해를 보는 가격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제마진 급락은 글로벌 석유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휘발유 공급 증가 및 시장 수요 감소 때문이다. 석유제품 정보사이트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제 두바이유 가격은 1배럴당 54.5달러를 기록한 반면 휘발유(옥탄가 92론 기준) 가격은 55.2달러로 가격 차이가 0.7달러에 불과하다. 원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이가 10달러는 유지돼야 하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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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공급 증가는 미국 정유사들이 지난해 허리케인으로 타격을 입은 시설복구를 완료한 후 비교적 저렴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바탕으로 공장 가동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여기다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른 일부 지역 휘발유 수요 감소 및 중국 정유 업체들의 과잉 시설투자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유가 하락은 정유업체에 직격타를 날렸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0월만 해도 82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54달러를 기록해 두 달 전 대비 65%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원유 구입 이후 정제해 제품을 내놓을 때까지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정유사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치명타다. 정유사들은 2014년 국제 유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연간 기준 영업손실을 겪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에쓰오일·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3사의 3·4분기까지 정유 부문 누적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이 1조2,670억원을 벌어들인 것을 비롯해 에쓰오일이 5,630억원, GS칼텍스가 1조66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3사의 올 3·4분기까지 정유 부문 누적 영업이익은 모두 합쳐 2조6,709억원으로 1분기당 평균 9,000억원을 정유 사업으로 벌어들였다. 국내 정유업체 관계자는 “석유화학 부문의 가격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어 4·4분기 정유 부문의 수익이 빠진다 해도 적자까지는 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급과잉과 수요감소가 지속된다면 수익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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