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때 늦은 밥

임경숙




2515A38 시로여는수욜





바쁘다는 핑계로

서두르며 뱉던 말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

무성했던 말치레

언제 밥 한번 먹자

수없이 오가던 가로수 길

이팝나무 고봉으로 피고 졌어도

잊고 지나쳤던 그 길에

조등 하나 켜졌다

낯선 얼굴 틈에 끼어서

눈시울 붉혀가며 떠 넣는

빛바랜 약속

너는 거기서, 나는 여기서

때 늦은 밥을 먹는다


같은 집에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 한다. 같이 살지 않더라도 함께 밥을 먹으면 친해진다. 친구를 뜻하는 영어 companion의 라틴어 어원도 ‘함께 빵을 먹는 사람’에서 유래한 걸 보면 동서고금의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연말은 소원했던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기이다. ‘언제 밥 한번 먹자’의 ‘언제’가 이 시기에 밀려 있다. 반가움과 아쉬움 속에 거리는 왁자지껄하다. 아무리 챙겨도 ‘때 늦은 밥’이야 인력으로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오늘, 밥 한 번 먹자!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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