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콘텐츠 분야에 대한 지원을 ‘기업’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올해 초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이끌고 있는 김영준(56·사진) 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콘텐츠 제작사보다는 창작자를 핵심 축으로 놓고 2019년도 사업계획을 구상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이런 기조를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업 가운데 하나로 인디밴드 발굴 오디션 사업을 거론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여러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구상 중인 사업 역시 오디션 형식을 통해 인디 음악가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방식도 장기적으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국고 보조금을 콘텐츠 제작사에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 이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며 “일방적인 국고 지원보다는 투자·융자 지원의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원장은 각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 부문의 콘텐츠 수요를 높이기 위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일례로 초·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용 게임’을 중소 업체가 개발해 학교에 공급하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판로를 확대할 수 있고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할 만한 좋은 재료를 쉽게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독립 단편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각 지자체 주도로 주민을 대상으로 상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김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서울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심사평가 제도개선 경과 발표회’를 통해서도 다양한 내용을 소개했다. 우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민이 인정하고 업계가 납득하는 공정한 심사체계를 마련하고자 기존 전문가 풀(pool)을 포함해 평가위원 후보의 전문성을 상시 점검하는 ‘심사평가위원회 검증위원회’를 지난 7월 말 설치했다. 검증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9인과 내부 임직원 2인으로 구성됐다. 평가위원 요건도 기존 업력 5년 이상에서 관리자급 10년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평가위원 선정 및 섭외 과정을 영상 녹화하고 평가위원의 실명과 상세한 평가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이달부터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를 ‘공정평가 담당관’으로 선정해 심사평가 과정 전반을 모니터링하도록 하는 제도도 신설했다. 아울러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지원 대상 기업의 이행보증보험증권 제출 의무를 내년에 전면 폐지한다. 올해는 1억원 미만 지원사업만 우선 폐지했다. 김 원장은 “국민의 회초리를 달게 맞고 불합리한 관행과 불신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며 “이번 개선방안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 신뢰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