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새해엔 기업 목소리 듣는 정부 되길

이상훈 산업부 차장




새해가 코앞이다. 돌이켜보면 올 산업계도 다사다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몸부림의 한 해였다. 주력 업종의 퇴조 속에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고국을 떠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이뿐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산업 지형에 대응하기도 벅찬데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기치 아래 추진 중인 각종 정책에도 적응해야 했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었다. 특히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와 조선 업종의 회복세’를 염두에 두고 했다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발언에는 아연실색했다. 당장 얼마 전 현대차가 어닝쇼크 수준의 분기 실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고 이제 원기를 추스르고 있는 조선사도 여전한 수주 기근에 직원을 자를 판이기에 그랬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의 ‘황당한’ 경제 인식이 나오게 된 메커니즘에 대해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기자는 그 해답의 일단을 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고용노동부 방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고용부의 업무보고 후 공무원들과 간담회 형태의 자리를 마련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빠르냐”고 물었고 한 실무자는 “방향은 맞다. 그런데 속도는 살펴봐야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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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드는 의문은 해당 정책 공무원에게 정책 시행 과정의 부작용을 묻는 게 온당하냐는 거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자영업자나 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대기업이 훨씬 낫다. 기업의 눈높이에서 보면 고용부 관료들은 과속의 정책 추진으로 경영을 어렵게 만든 원인 제공자에 더 가깝다. 공무원에게 정책 부작용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구나 최저임금 인상은 올 한 해 내내 △두 자릿수 인상의 적정성 여부 △정기상여금의 산입범위 포함 여부 △주휴시간의 근로시간 포함 여부 등으로 기업과 심각한 갈등을 초래한 이슈였다. 그런 만큼 기업에 더 귀를 열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당시 ‘광화문 대통령’을 선언했다. 경호 등을 고려하면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기대를 놓지 않은 것은 ‘구중궁궐에 갇혀 외부에 담을 쌓지 않겠다’는 그 속뜻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새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 1순위는 경제 살리기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라면 의례적, 기획된 만남을 넘어 불시에 기업을 찾아 그들의 진솔한 얘기를 듣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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