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9년 맞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바쁘바 바빠”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온라인 노출 날짜에 맞춰 본문 일자가 조정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 100일을 앞두고 있다. 신 회장은 안으로는 혁신, 밖으로는 해외사업 확대를 주문하며 롯데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황각규(맨 왼쪽)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의전을 받으며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황각규(맨 왼쪽)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의전을 받으며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12월 중하순이 돼서야 각 사업부 보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10월 회장님이 경영에 복귀하신 지 20여 일이 채 안 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당시는 밑그림 수준이었던 터라 이제서야 세부 내용을 잡고 있어요. 아직 실행 계획을 세우지 못한 프로젝트들도 많고요.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 보니 타이밍만 재고 있는 계열사들도 꽤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회장님이 재촉하는 의미로 자주 사용하시는 표현 중 하나가 ‘시작은 언제 할 겁니까?’입니다.”

최근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신동빈 회장의 광폭 행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0월, 8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이 밀린 업무보고 받기와 새 프로젝트 진행, 중단된 사업 재개, 글로벌 사업장 방문 등을 동시에 하고 있어서다. 10월 복귀한 신 회장은 같은 달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11월에는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매각, 12월에는 롯데캐피탈 매각과 대규모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신 회장은 이 와중에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해외 사업장도 잇따라 방문했다. 8개월 동안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혁신 아이템 찾아라”

롯데그룹 주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10월부터 이어진 BU(Business Unit)와 계열사별 업무보고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은 주요 임직원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젠가부터 롯데에서 혁신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경쟁사들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시도라도 해보는데 롯데는 그런 시도조차도 안 했다는 게 주된 질책 사유였다.

그룹 내에선 이 같은 질책이 식품 및 유통 부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그룹은 크게 △식품 △유통 △화학·건설·제조 △관광·서비스 △금융 등 5개 영역으로 사업 부문을 나누고 있다. 그중 금융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정리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에서, 화학·건설·제조와 관광·서비스 부문은 롯데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성격상 혁신보단 설비투자가 우선인 곳이 많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이 나온다. 또 이들 계열사 중 일부는 공유 오피스 사업에 진출하거나 드라마 제작에 뛰어드는 등 이미 신사업 영역을 개척하거나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예시로 든 사례가 식품이나 유통 쪽에 치중돼 있었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말한다. “회장님 말씀에 따르면, 미국에선 한 봉지 칼로리가 100Kcal 이하인 팝콘이 나왔다고 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팝콘을 좋아하지만 칼로리가 너무 높아 많이 못 먹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거예요. 롯데도 과거 패스트패션 트렌드를 도입하고 통큰 시리즈를 론칭하면서 그런 아이템을 곧잘 터뜨리곤 했죠. 그런 아이템들은 거의 모두 식품이나 유통 쪽에서 나온 거였고요. 아무래도 과거 경험이 있다 보니 이쪽 사업 부문에 거는 기대가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 발 등에 불 떨어진 유통

이 같은 이유로 롯데 유통사업 부문은 최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모든 사업 부문이 혁신 아이템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유통사업 부문은 아이템 수준의 고민을 넘어 아예 새로운 사업 구조를 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이를 ‘NRF(Next Retail Format)’라 부른다. 유통사업 부문이 롯데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혁신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2018년 전체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화학사업 부문이었다. 하지만 롯데그룹 내에선 전통적으로 유통이나 소비재 부문의 입김이 더 강하다. 유통·소비재 부문이 올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화학보다 못했지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그룹 포트폴리오 운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NRF가 백화점이나 마트 등 개별 사업단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또 굉장히 추상적인 미션이라는 점에서 유통사업 관련 임직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말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터라 2019년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임직원들도 있다. 시간을 지체하다간 또 ‘시작은 언제 할 겁니까?’라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현재 시점까지 크게 주목받는 아이디어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유통사업 부문 내에선 2018년 8월 출범한 e커머스사업본부 쪽에서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능한 인력들이 많이 갔고 외부에서 수혈된 인원도 많다 보니 신선한 아이디어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죠.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쪽 식품·유통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습니다.”

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 타이탄 공장.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들은 20개 나라에 진출해 56개 지사 및 법인을 두고 있다. 사진=롯데그룹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 타이탄 공장.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들은 20개 나라에 진출해 56개 지사 및 법인을 두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 위상 커진 화학사업

신동빈 회장은 복귀 후 화학사업 부문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화학사업 부문 업무보고를 받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착공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화학사업 부문은 롯데그룹 부흥을 이끌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신 회장이 2000년대 화학사업 부문을 거치면서 그룹 내 실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룹 내 입지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화학사업 부문은 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친정이기도 하다.

화학사업 부문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룹 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사업부였다. 막대한 시설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전에는 ‘돈 먹는 하마’라는 인식도 강했다. 화학사업 부문은 2014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초반 수준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반전됐다. 롯데그룹 주력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이익성과가 좋게 나타나고 있다.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2014년 이후 수년째 낮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데 반해, 완성품 가격은 거의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 화학사업 부문에서 올린 막대한 수익을 다시 화학 부문에 재투자해 M&A 등으로 사업 규모를 크게 키웠다.

◆ 최대 투자처는 화학 부문


이 같은 배경 덕분에 화학사업 부문은 다소 화색이 돌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 10월 발표한 5개년 투자 계획에서 사업 부문 중 가장 많은 20조 원 투자를 예고해 그룹 안팎의 관심도 최고조에 달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전체 50조 원 투자금액 가운데 40%가 화학·건설 부문에 집중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변화된 입지를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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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부에선 ‘롯데그룹이 롯데건설이나 롯데자산개발 등을 통해 국내외 도시재생 사업이나 대규모 도시 리모델링 사업에 대규모로 참여할 것’이란 예상도 일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관광·서비스 영역과 겹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5개년 투자 계획에서 밝힌 20조 원 규모의 화학·건설사업 부문 투자는 화학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상 건설 부문도 화학공장 건설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화학이 주인공이라 보는 거죠. 화학사업 부문에선 해외사업 확장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생산시설 확보 위주로 빠른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유화단지처럼 생산설비를 직접 지을 수도 있지만, 그보단 M&A 쪽에 투자가 많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해요. 저유가 상황이 반전되기 전에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니까요.”

롯데그룹이 최근 몇 년간 화학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거둔 데에는 신속한 M&A도 큰 영향을 미쳤다. 생산시설을 직접 지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M&A는 바로 가용할 수 있는 시설을 사들인다는 점에서 즉시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유가 시대가 끝나면 화학사업 부문 수익성도 따라서 하락할 것이기에 롯데그룹은 저유가 시기 동안 최대한 수익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해외시장 확장에도 박차

해외사업장 방문도 최근 신동빈 회장의 눈에 띄는 행보 중 하나다. 신 회장은 올해 12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잇따라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그룹은 현재 베트남에 16개, 인도네시아에 13개 주요 개별 사업단이 진출해 사업을 영위 중이다. 베트남에선 투티엠 지구의 에코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이, 인도네시아에선 반텐주 실레곤 지역의 유화단지 조성 사업이 현재 롯데그룹이 가장 주력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이 많이 늘긴 했지만, 롯데그룹에서 가장 많은 개별 사업단이 진출해 있는 나라는 여전히 중국이다. 2018년 사드 보복 영향으로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등 일부 사업부 부진이 두드러졌으나 아직도 제과, 음료, 화학 등 16개 개별 사업단이 중국 대륙에 진출해 있다. 이 같은 상황과 사드 갈등 봉합 등을 위해서도 중국 방문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당분간 동남아시아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아직도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고 회장님께서도 애착을 많이 가지고 계시지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성주에 사드기지가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그게 있는 한 중국은 롯데에 박힌 미운털을 풀어주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 같더라고요. 미국과 중국의 마찰 때문에 불확실성도 더욱 커졌고요. 그래서 지금은 중국보단 진출 국가 다변화에 좀 더 힘을 쏟을 계획이신 것 같습니다. 동남아시아 외에 유럽이나 미국 쪽 시장도 좀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고요. 그룹 내에선 아프리카시장 진출을 위한 스터디도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분주히 움직이는 2019년 될 듯

신동빈 회장은 2019년 더 바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1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이유도 ‘조직의 긴장도를 끌어올려 그룹 운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이 경영 복귀한 후 임직원들을 질책할 때 가장 임팩트 있게 쓰는 말로 ‘시작은 언제 할 겁니까?’를 사용하는 것도 이 같은 예상과 해석을 뒷받침한다.

풀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해외시장 확대나 각 사업부 미래 먹거리 발굴 및 포트폴리오 조정 등 경영 현안 해결은 물론 지주사 전환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특히 지주사 전환은 남아 있는 시간도 얼마 없고 소요 자금 조달 계획도 복잡해 신동빈 회장의 골치를 썩일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설립 2년째가 되는 내년 10월 이전까지 금융 계열사 매각을 완료해야 하고 가까운 미래에 제2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거취도 결정해야 한다. 호텔롯데를 상장시키거나 호텔롯데에 종속된 기업들을 롯데지주로 편입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말한다. “복귀도 빨리하셨지만 복귀 후 행보도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릅니다. 회장님께선 빠르게 일을 진행하고 싶어 하시는데 밑에서 그만큼 따라 주지 못해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도 스트레스를 받고요. ‘회장님 복귀 이후가 오히려 더 비상상황’이라고 말할 정도예요. 2019년은 특히 현안이 많아 회장님이나 저희 모두 매우 분주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하 박스기사>

◇ 중국 사드 보복 해제는 글쎄…

최근 서울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대중 관광산업이 완연히 회복세에 들어선 모습이다. 명동 롯데면세점도 아침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등 매장이 다시 북적이는 모습을 보이며 ‘단일 점포 분기 1조 원 매출’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섣부른 기대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말한다. “면세점 매출이 회복 중인 것은 맞지만, 과거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중국 당국이 단체 관광객 여행 상품을 대상으로 롯데 면세점 경유를 금지하도록 여전히 압력을 가하고 있거든요. 명동 롯데면세점 뒤 주차장을 보면 이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로 항상 만원이던 주차장이 여전히 썰렁하죠. 개별 관광객이나 보따리상만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차장이 중국 관광객 버스로 꽉 차던 시절에는 사람에 떠밀려 움직인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면세점 안 풍경이 엄청났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현재는 매우 아쉬운 수준입니다.”

◇ 아쉬운 금융계열사 매각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지주가 보유 중인 롯데캐피탈,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기한은 롯데지주 설립 2년째인 내년 10월까지다.

현재 롯데그룹 내에는 금융계열사 매각이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말한다. “카드나 보험이 그룹 내 업종과 업종을 이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었어요. 롯데렌탈 같은 경우는 사업 영역 자체가 금융 계열사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고요. 모든 사업부 가운데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사업부였는데 이번에 떨어져 나가 아쉬움이 큽니다. 사업부서 중 영향을 크게 받는 곳들이 있어 한동안은 매각을 하고 나서도 파트너십 체결 같은 후속 작업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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