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이 서울 강남 봉은사로에 위치한 A다가구주택(427㎡)의 2019년 공시가격을 14억원에서 40억원으로 예고했다. 3배 가까운 폭증이다. 인근의 B다가구주택(659㎡)의 상황은 더하다. 25억9,000만원이었던 공시가격은 내년에 83억9,000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정부가 단독·다가구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혔는데 고가주택 중심으로 많게는 3~4배 수준으로 끌어올린 곳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세무·주택 업계에 따르면 감정원은 표준주택 공시가격 평가를 마치고 지난 19일부터 내년 1월7일까지 소유자의 의견을 청취한다. 변동내역을 사례별로 검색한 결과 고가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많게는 3~4배 오른 경우도 있었다. 강남의 A·B주택 이외에 강남 봉은사로의 연면적 234㎡인 한 주택은 공시가격이 10억9,000만원에서 31억1,000만원으로 185.3%나 올랐다. 용산구 일대 주택들도 두 배 가까이 오른 곳이 부지기수다. 연면적 233㎡의 용산 C 단독주택은 16억3,000만원에서 29억6,000만원으로 조정됐고 인근의 346㎡ 단독주택 역시 15억8,000만원에서 27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공시가격 급등은 세금 급증으로 이어진다. 양경섭 세무법인 서광 세무사에게 의뢰해 종합부동산세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4년간 서울 주요 표준주택의 종부세는 최고 26배 이상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다가구주택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여파다. A주택의 종부세는 올해 166만원에서 내년 306만원, 재산세는 280만원에서 364만원으로 뛴다. 총 보유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480만원에서 731만원으로 상승한다. 그나마 보유세 세부담 상한(150%)이 반영돼 폭이 줄었다. 문제는 2020년부터다.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7.92%)만 반영해도 A주택의 종부세는 2022년까지 4,410만원으로 오르고 보유세는 6,092만원이 된다.
양 세무사는 “의견청취 과정에서 공시가격이 조정될 수는 있지만 정부 방침인 만큼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소유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