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내용이 노골적이다. 사퇴 압력에 반발하는 임원이 야당 출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가 하면 야당 의원실을 방문해 내부정보를 제공한다거나 전 정권의 도움으로 임명됐지만 지금은 여권과의 친분을 주장하는 인사가 있다는 등의 조사 내용이 담겨 있다. 누가 봐도 특정 성향의 인사를 산하 공공기관 인사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정보 제공 차원’에서 자료를 건넸다는 환경부의 주장에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문건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과 4명의 민정수석실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까지 누구도 보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행위라는 의미다. 아무도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데 일개 6급 공무원이 독단적으로 이러한 문건을 만들었다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다. 오히려 “환경부가 문재인 캠프의 낙하산 인사를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뒤 산하기관 물갈이 인사를 진행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물론 아직 문건의 사실관계와 실체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혼란을 막으려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한 진실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누구도 보고를 받지 않았는데 왜 김 수사관은 자료를 요청했는지, 그리고 환경부나 청와대의 ‘윗선’에 보고를 했는지, 다른 부처의 유사 문서 생산은 없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우선 현 정부의 의혹부터 해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