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류머티즘관절염, 이제 아플 땐 당당히 알리자

박원 대한류마티스학회장

박원 대한류마티스학회장



류머티즘관절염은 몸의 면역세포가 자신의 관절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해 지속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주로 손가락·손목·발가락 관절에 발생하며 이후 팔꿈치·어깨·발목·무릎 관절에도 증상이 나타난다. 염증으로 인해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기며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관절이 변형돼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그래서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들의 삶의 질은 심각하게 떨어진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조사에 따르면 류머티즘관절염 환자의 삶의 질은 암 환자보다 낮았다.

류머티즘관절염은 완치가 힘들어 평생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으로 오래전부터 관절의 염증과 통증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치료가 시도됐다.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의 기원은 약 3,500년 전 말린 소귀나무잎을 끓여 사용한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랜 기간 효과가 좋은 약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의 전환은 지난 1986년 메토트렉세이트의 도입으로 시작됐으며 이 약은 효과가 뛰어나고 심각한 독성이 드물어 현재도 널리 사용된다. 2000년께부터는 류머티즘관절염을 유발하는 표적물질을 직접 차단하는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돼 기존 치료제들로 염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의 증상과 예후 개선에 쓰였다. 생물학적제제는 우수한 치료 효과로 많은 류머티즘관절염 환자의 증상 개선에 기여했다. 하지만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고가의 약제로서 건강보험 적용이 까다로워 다른 치료제들과 비교해 처방 우선순위가 낮아 실제 사용하는 데는 제한이 있었다.


다행히 최근 류머티즘관절염의 치료 환경은 크게 개선됐다. 의학계의 노력으로 과거보다 빠르게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류머티즘관절염의 건강보험 산정특례 적용으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었다. 효과가 뛰어난 생물학적제제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신 생물학적제제는 류머티즘관절염의 대표 증상인 관절강직·통증·피로와 같은 신체적 증상과 더불어 삶의 질 개선 등의 효과도 임상연구를 통해 보여줬다.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들의 신체적 증상만이 아닌 우울·불안·좌절 같은 심리적 증상과 복용 편의성까지 개선한 개인별 맞춤치료 시대가 눈앞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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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강직과 변형·통증에 초점을 맞췄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 환경이 환자들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방향으로 확장된 것은 진료현장에 있는 의사로서 반가운 일이다. 이미 국내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들의 요구도 삶의 질까지 넓혀진 상황이다. 최근 한 글로벌 제약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들은 육체적인 통증 못지않게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그리해 약 90%의 환자가 평범한 가정생활을 소망하고 있었다.

몸과 마음을 모두 돌볼 수 있는 치료 환경의 토대가 절실하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없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이제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적·심리적 상태를 적극적으로 의사에게 알려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가족과 친구·직장동료에게 병에 대해 알려 신체적·심리적으로 힘들 때 무리하지 않도록 환경적인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환자들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의 변화도 절실하다.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들이 아프면 아프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고 힘들 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뒷받침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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