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를 통해 촬영된 광개토대왕함 동영상 공개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결정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우리 정부의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을 이번 레이더 영상 공개를 통해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위대 대신 일본 해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들어 군사 대국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 11월21일 우리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화하자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이번 결정은 군사·경제적으로 협력해야 할 한국의 반발만 자초했다는 점에서 성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몇몇 일본 언론들도 방위성이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신중론을 주장했지만 아베 총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아베 총리가 울컥했다”는 자민당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하는 등 아베 총리의 ‘사적인 감정’을 부각했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당 영상이 우리 군함이 일본 초계기를 겨냥했다는 ‘증거’로 보기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베 총리, 노림수는=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안팎으로 비판이 예상되는 영상 공개를 결정한 것은 외교 이슈를 악용해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아베 총리는 임시국회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호 확대 법안 등 각종 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켰다가 30%대까지 지지율이 급락했다. 한일 간 외교적 마찰이 부각될수록 아베 내각의 지지층인 보수세력의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2010년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인근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충돌했을 당시 민주당 정권이 관련 영상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보수층의 지지를 받았다.
한편 우리 정부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는 해당 동영상 공개로 우리 군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이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일본 초계기가 우리 광개토대왕함 150m 상공으로 위협비행했다면서 이는 구조활동을 방해하는 비신사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일 ‘레이더 논란’ 진실은=한일 간 극한 대립을 유발한 레이더 논란의 핵심은 우리 군함이 공격용 레이더(사격통제 레이더)를 사용했는지 여부다. 광개토대왕함에는 다수의 레이더가 있는데 일본은 우리 군함이 공격용 레이더 ‘STIR-180’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레이더를 적기나 미사일에 겨냥하면 함정의 미사일과 함포가 발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은 공격용 레이더 가동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4일 국방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본 측이 문제 삼는 ‘STIR-180’ 레이더는 켜지 않았다”며 “다만 ‘STIR-180’ 레이더를 끈 채 이 레이더에 달려 있는 광학카메라로 (초계기를) 관찰은 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사실상 한일 간 레이더 논란의 진실은 일본 측이 당시 레이더 주파수 특성 기록을 공개하면 밝혀질 수밖에 없다. 우리 측은 27일 한일 군사 당국 간 화상회의를 통해 일본에 주파수 기록 공개를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보안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