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북한전문가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두고 “경제위기에 몰린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3일 ‘2019 북한 신년사 분석과 한반도 정세 전망’이라는 주제로 북한 신년사 분석 좌담회를 개최한 결과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올해 신년사를 정치·외교와 경제·사회, 대남·통일전략 3개 부문으로 나눠 분야별로 분석했다.
먼저 정치·외교 분야 전문가로 참석한 문인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 시도가 국제사회에 굴복한 조치가 아니라 ‘자기주도적 국가발전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중국을 포함하는 4자협상을 염두에 두었지만 미국과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고 언급해 사실상 미국에 ‘약속 지키라’고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경제·사회 분야 발표를 맡은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체제 수립 후 8년 간 신년사를 비교한 결과 북한이 올해 ‘자력갱생’을 유달리 강조했다고 봤다. 대북제재가 거세지자 여론을 결집하고 생산단위별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산업부문도 조선로동당의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에 따라 군수용 생산단위를 민수용으로 전용하고 북한 과학기술분야와 산업분야가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박사도 “북한이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경제위기의 원인을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에 돌리고 내부 결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신뢰성있는 조치 및 상응하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대남·통일분야를 분석한 최경희 사단법인 샌드연구소 박사는 ‘우리국가제일주의’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신 박사는 “북한이 정상국가 지위를 굳건히 다지고 남북한과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북미 관계에 대해서는 “대화 국면을 지속하고자 하는 절박함과 강력한 희망을 표현했으며 미국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한 점이 눈에 띈다”고 했다.
북한이 꺼낸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카드가 북한의 비관적인 경제상황을 대변했다는 분석도 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2019년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제재가 엄혹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의지를 밝힌 건 한국 정부에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