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中 123만vs日 46만vs韓 19만…전면전 땐 한국해군 몰살당할 판

<71> 격동의 동북아 바다…한중일 해상전력 삼국지

中, 052D급 이지스 구축함 26척

세계 최대 055급도 20척 배치 예정

日은 中보다 규모 적지만 질적 우위

경항모 확대…게임체인저 개발도

韓은 해상전투력 확충 '발등의 불'

탐지 어려운 원잠 우선 도입하고

'소형 이지스함' KDDX 조기 건조

'파병' 문무대왕급 재배치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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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의 바다가 불타오른다.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경쟁 탓이다. 급성장한 중국 해양세력에 일본이 맞대응하는 형국이다. 일본은 경항공모함 배치를 천명한 데 이어 전투 양상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 개발까지 공론화하고 나섰다. 일본이 “한국 구축함의 사격관제 레이더에 추적당했다”고 집요하게 억지를 부리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해군력 확충을 비롯한 재무장에 필요한 추진력을 존재하지도 않는 ‘한국의 도발’에서 얻겠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미국의 세계 전략도 요동치는 분위기다. 구한말과 20세기 초반 워싱턴해군조약을 연상케 하는 격동의 시대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경제규모와 종합 국력으로 봤을 때 대등한 수준의 경쟁이 불가능하다면 대안은 두 가지다. 기존 전력의 효율적 운용,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유사시 개전과 동시에 몰살당할 한국 해군=123만 대 46만 대 19만. 동북아 3개국의 해군력 규모다. 기준은 톤. 중국이 제일 크고 한국이 가장 작다. 한국 해군의 규모를 1로 잡으면 6.47 대 2.42 대 1. 수치상으로 이렇고 실제 전력 차이는 더 크다. 함대 세력이 조금만 더 커도 해전에서는 완승한다는 ‘란체스터 법칙’에 따르면 세계 7위 수준의 한국 해군은 경우에 따라 세계 2~4위권으로 평가되는 중국과 일본의 상대가 못 된다. 전면전 상황이라면 한국 해군은 상대가 중국이든 일본이든 개전과 동시에 몰살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는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이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2년간 국방예산을 기록적으로 증액하고 있지만 중일 양국의 건함 경쟁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경이적인 中 신형함 건조=냉전 시절인 지난 1970년대 중반, 미국은 중국의 전투기 생산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한물 간 구형(Mig -19)이지만 과자 만들듯 찍어낸다.” 최근 중국의 신형 함정 건조속도가 딱 이렇다. 그런데 한물 간 구형이 아니라 서방진영 기준으로도 최신형이다. 수상전투함부터 보자. 360도를 빠르게 감시할 수 있는 위상배열 레이더를 장착해 ‘중국판 이지스구축함’으로 불리는 052D급(만재배수량 7,300톤)를 처음 진수한 것이 2012년 8월. 당시 서방진영의 해군 구축함 중 가장 길었다는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함과 비교해도 10m 차이가 있을 뿐인 이 함정을 중국은 벌써 11척이나 취역시켰다. 2척을 건조 중이며 모두 26척이 배치될 예정이다.

052D급 구축함만으로도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포함해 동북아의 모든 이지스구축함보다 많은 함대방공구축함을 보유하게 되는 중국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1만3,000톤 055급 구축함을 6척 건조하고 있다. 3척 추가 건조가 확정된 가운데 무려 20척을 더 만든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길이 180m로 ‘2차대전 이후 새로 설계된 최대 길이의 전투함정(미국 최신예 줌왈트급 구축함도 180m)’이라는 055급의 대량 건조는 항공모함 4척과 더불어 ‘중국몽’의 상징이다. 숨어서 실력을 기르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나 공공연히 해양 권익을 주장하는 중국은 최근 미국 항모전단 2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드러냈다.


◇경항공모함에 게임체인저까지… 日 군사대국화 야욕=보유함정의 톤수로만 보자면 중국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보다 2.67배 크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일본이 여전히 우위다. 해자대는 헬기항모 4척, 강습상륙함 3척, 1만톤 이상의 아타고급 이지스함 3척을 포함한 호위함 38척 등 이미 보유한 대형 수상함만도 50척에 이른다. 다른 국가에서는 구축함으로 분류하지만 애써 등급 낮춰 부르는 ‘호위함’을 일본은 기존 46척에서 54척으로 증강할 계획이다. 연안함대인 지방대의 전투함을 퇴역시키고 무인 기뢰탐색 및 제거 장비까지 갖춘 신형함 22척도 새롭게 등장한다. 독도분쟁이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투입할 함정이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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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만재배수량 2만7,000톤급 호위함인 이즈모. 길이 248m, 너비 38m인 대형함으로 2번함 ‘가가’와 함께 헬기항모에서 본격적인 경항모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수직이착륙 F-35B전투기를 탑재하면 해자대의 전투반경은 크게 늘어난다. 일본은 2019~2023 회계연도 중 F-35B 약 40대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일본은 해상막료장이 신년사에서 ‘게임체인저’ 개발까지 대놓고 말했다. 전장의 판도를 한번에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항공모함과 원자력추진잠수함 중 하나 혹은 두 가지 전부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제 P-3해상초계기 50대를 자국산 제트초계기 P-1 70여대로 늘리려는 계획도 해군력 확충의 일환이다.

◇신 영일동맹 등 한반도 기류 급변=동북아 해상 상황에서 새롭게 주목할 변수는 영국. 19~20세기 초반까지 세계를 호령하던 제국의 위상은 잃었으나 최근 일본과 해자대·육자대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1차적인 경계 대상은 중국과 러시아다. 미국이 뒤를 봐주는 가운데 ‘신 영일동맹’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흥미로운 대목은 역사의 반복 가능성. 두 차례 영일동맹(1902년·1905년)에 힘입어 아시아의 맹주를 넘어 3대 열강의 일원으로 도약한 일본은 미국이 주도한 워싱턴해군군축회담(1921~1922)을 계기로 영일동맹에서 벗어난 전력이 있다. 대서양으로부터 영국, 태평양상에서 일본의 협공을 우려했던 미국이 워싱턴조약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영일동맹이 파기된 지 100여년 만에 규모는 축소돼도 다시금 부활하는 셈이다. ‘세계의 경찰 노릇을 그만두겠다’는 고립주의와 대중국 압박 전략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미국이 어떤 정책을 중시할지에 따라 한반도의 기류는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명한 사실은 일본이 총력을 다해 세를 규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 레이더 갈등도 日의 기획 도발?=한일 레이더 갈등도 이 같은 구도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일본 특유의 계산과 민족감정이 깔려 있다. 첫째, 북한 핵이 핵무기를 여전히 증강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나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반적인 흐름에서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이라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목표가 추진력을 다소나마 잃었다. 둘째, 한일위안부협정 백지화 등으로 관계가 나빠진 가운데 일본은 한일 레이더 갈등이라는 좋은 소재를 만났다. 분쟁이 일어난 해역이 공동수역이며 한국과 일본이 서로 배타적경제수역을 주장하는 중첩지역이라고 하나 거리상으로 일본 쪽에 가까운 해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국내용으로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P-1초계기 실전배치로 훨씬 강해진 자신감이 적극적인 운용으로 나타난 측면도 있다. 한미일 연합해상구조훈련을 숱하게 경험했으면서도 일본 초계기 조종사들이 조난어선이 아니라 광개토대왕함을 ‘목표(target)’라고 지칭한 점 역시 ‘기획도발’이라는 시각에 무게를 더해주는 대목이다.

◇발등에 떨어진 해군력 확충=중국과 일본의 해상세력 급증에는 어떤 대응이 가능할까. 일각에서는 항모보유론까지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소형인 마라도급으로 맞서기는 역부족이다. 본격 항모 건조에 시간과 비용·기술까지 달린다면 선택과 집중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문근식 예비역 해군대령은 “은밀하고 탐지가 어려운 원자력추진잠수함만이 종합국력에서 뒤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고슴도치식 전략 대안”이라고 말했다. 최소한의 수상함 균형을 위해 한국판 소형 이지스함 격인 KDDX 건조를 앞당길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동해에 배치된 한국 해군의 사실상 기함인 광개토대왕함 교체다. 극히 짧은 사거리의 대공미사일만 탑재한 광개토대왕함 대신 문무대왕급 구축함을 배치하는 게 순리다. 문무대왕급이 맡던 해외파병 함정은 광개토대왕함이나 대구급으로 교체가 요망된다. 국제 역학이 어떻게 전개되든 동해와 독도 수호 의지를 밝히는 게 격동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첫 순서다.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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