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전 상원의원이 내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잠적한 조성길(44)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신중하고, 애국심이 강한 성격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4일(현지시간) 발간된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조성길 대사대리와 로마의 식당에서 아마트리체 스파게티를 먹으러 같이 가곤 할 만큼 친분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의 잠적이 의외라고 말했다.
라치 전 의원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소속으로 지난 정부에서 상원의원을 지냈다.
북한을 빈번히 찾고, 김정은 위원장과도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현재 이탈리아-북한 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오래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조성길 대사대리를 통역으로 처음 만났고, 그가 로마에 파견된 후로도 교류를 이어왔다고 소개하며 “말수가 적고, 신중한 성격의 그가 애국심이 강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잠적했다는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성길 대사대리가 아마 두 명의 자녀를 키우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2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그가 지금 어디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니 이탈리아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라치 전 의원은 조 대사대리의 잠적이 북한 정권의 폭압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2007년 처음 북한을 방문했고, 지난 여름에도 찾았지만 북한은 그 사이 정말 많이 변했고, 개방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라치 전 의원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전화 통화에서는 “조성길을 작년 10월 29일에 마지막으로 만나 점심 식사를 했다”며 “임기가 끝나 북한에 돌아가야 하는데 귀임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도 “그가 북한을 버릴 것이라고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는 자신의 조국을 끔찍이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고, 북한을 욕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핑턴포스트 이탈리아판은 라치 전 의원이 연락이 닿지 않는 조성길 대사대리에게 “나에게 전화해달라. 최악의 상황을 피하자”는 조언을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