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단독주택·땅·오피스텔 공시가격 대폭 인상에 ‘세 부담’ 증폭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은 소유주들에게 ‘악몽’과도 같습니다. 단독·다가구주택에 이어 땅과 오피스텔까지 줄줄이 공시가격 인상이 예고된데다, 아파트 역시 공시가격 상승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입니다. 세 부담 상한 덕분에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부터는 보유세 부담이 급등하게 됩니다. 상속·증여세는 공시가격이 확정되는 4월 말부터 대폭 늘어날 전망이죠.



단독·다가구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많게는 3~4배까지 단번에 올랐습니다. 한국감정원이 표준주택 공시가격 평가를 마치고 지난달 19일부터 오는 7일까지 소유자의 의견 청취를 받고 있죠.


먼저 강남 봉은사로에 위치한 A 다가구주택(427㎡)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4억원에서 올해 4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오를 전망입니다. 인근의 B 다가구주택(659㎡)은 25억9,000만원이었던 공시가격이 83억9,000만원으로 대폭 상향됐죠. 용산구 일대 주택들도 두 배 가까이 오른 곳이 부지기수입니다. 연면적 233㎡의 용산 C 단독주택은 16억3,000만원에서 29억6,000만원으로 조정됐고 인근의 346㎡ 단독주택 역시 15억8,000만원에서 27억4,000만원으로 올랐죠.

보유세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A 다가구주택의 종부세는 지난해 166만원에서 올해 306만원으로 뜁니다. 총 보유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480만원에서 731만원으로 상승하죠. 그나마 보유세 세부담 상한(150%)이 반영된 덕분에 상승폭이 줄었습니다. 문제는 내년부터입니다.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7.92%)만 반영해도 A주택의 종부세는 2022년까지 4,410만원으로 오르고 보유세는 6,092만원이 됩니다. 불과 4년 만에 보유세가 12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죠.

B 다가구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시가격이 3배 이상 상승하면서 종부세는 지난해 491만원에서 올해 849만원으로 약 72.9% 오르죠. 재산세를 더한 보유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1,148만원에서 1,744만원으로 51.9% 상승합니다. 역시 2020년부터는 세 부담이 큰 폭으로 늡니다. 2020년 종부세는 8,795만원에 보유세는 1억1,498만원으로 급증하죠. 2022년에는 종부세만 1억1,328만원으로 1억원을 돌파하고 보유세는 1억5,189만원까지 상승합니다.


위 사례는 모두 5년 미만 소유 1주택자(고령자 세액공제 고려 제외)임을 가정한 겁니다. 만약 다주택자라면 상황이 더 심각해지죠. 1주택자는 종부세 상한이 전년도의 150%를 넘지 못하지만 조정지역 내 2주택자는 200%, 나머지는 300%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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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부담 역시 크게 늘어날 예정입니다. A 다가구주택의 상속세는 지난해 2억952만원에서 올해 공시가격이 확정된 이후에는 12억4,645만원으로 급등합니다. 증여세도 3억8,024만원에서 14억6,955만원으로 4배 가까이 오르죠. B 다가구주택의 경우에도 상속세는 6억5,184만원→33억7,560만원으로, 증여세는 8억3,032만원→35억9,870만원으로 상승합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중구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올해에는 이 부지를 비롯해 명동 주요 땅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DB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중구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올해에는 이 부지를 비롯해 명동 주요 땅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DB


토지 공시지가도 예전에 비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감정원은 표준지 공시지가의 산정 결과를 통보하고 지난해 27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소유자의 의견을 받고 있죠.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보유세도 많게는 두 배 이상 증가합니다. 수년째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으로 꼽히는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총면적 169.3㎡)가 대표적이죠. 지난해 이 곳의 공시지가는 약 154억원 수준이었습니다. 땅 주인이 내야 할 재산세는 약 4,200만원, 종부세는 1,300만원 수준이었죠. 지방교육세 등을 포함한 보유세는 약 6,600만원 정도였습니다. 올해에는 공시지가가 약 309억원으로 두 배 가량 급등했습니다. 부담해야 할 재산세와 종부세는 각각 약 8,500만원, 4,6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됐죠. 총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9,900만원으로 올해보다 약 50%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런 상승률은 지난 2017년 대비 2018년의 총 보유세 인상률 8.1%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건물 역시 기준시가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기준시가는 오피스텔 및 상가 건물에 대해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과세기준 가격을 말합니다. 2018년 오피스텔과 상업용 건물의 기준시가는 전년도보다 각각 3.69%, 2.87% 상승했습니다. 올해에는 상승률이 7.52%와 7.56%로 급등했죠.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상가(71.5㎡)를 증여한다고 가정해 보면, 내야 할 증여세(지방교육세 포함)는 지난해 1억9,600만원에서 올해 3억700만원으로 껑충 뜁니다. 서울 마포구 신촌다올노블리움(35㎡)을 증여할 때 내는 세금도 지난해 1,527만원에서 올해 1,699만원으로 11.3%가량 올랐습니다. 위 두 사례 모두 성년인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최근 10년 내 다른 증여가 없을 때의 증여세 규모입니다.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연이어 급등하면서 소유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를 중심으로 단체행동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엿보이죠. 한 표준주택 소유주는 “공시가격 우편을 받아봤겠지만 세금 폭탄을 맞을 것 같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시세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던 부동산 공시가격을 현실화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단독·다가구주택의 공시가격은 그 동안 시세의 절반 수준이었고, 토지나 오피스텔·상가 역시 시세에 비해 낮은 선에서 과세기준 가격이 정해져 왔습니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시세 반영률을 현실화하기 위해 공시가격을 크게 올렸다”며 “고가주택은 앞으로도 공시가격 기준을 면밀하게 분석해 아파트와 같은 시세반영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세무·부동산 업계는 인상속도가 지나치다고 입을 모읍니다. 양경섭 세무법인 서광 세무사는 “공시가격이 1년 만에 이렇게 오른다면 소유자들의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주택을 예로 들면, 수입이 없고 은퇴한 노령 가구는 세금 부담에 수 십 년 동안 살았던 집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죠.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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