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야당인 민주당이 국경장벽 예산 합의에 또 실패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3주차에 접어들었다. 수백만 명의 세금 환급과 저소득층에 대한 식량 공급이 중단 위기에 처하고 공항 승객들의 대기시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등 각종 공공 서비스 차질에 따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약 2시간30분간 셧다운 문제를 협의했지만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장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협상은 민주당이 국경장벽 건설 비용의 구체적인 씀씀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7억달러를 국토안보부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으로 편성하라고 압박해왔지만 민주당은 한푼도 배정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으며 펜스 부통령이 지난해 12월 장벽 예산을 26억달러로 줄이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이 국토안보부의 요구사항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서면으로 요청했다”며 “오늘 밤이나 내일 이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2019회계연도 중 일부(2018년 10월1일~12월7일) 기간에 쓰일 임시예산안만 승인했다. 지난해 12월 초 양측이 나머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한 뒤 2주짜리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또다시 합의가 불발되며 22일부터 셧다운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이달 2일과 4일 백악관에서 만났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셧다운 장기화로 공공시설 운영이 속속 중단되면서 여파는 시민들의 실생활로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AP통신은 셧다운으로 업무가 중단된 공항 보안직원이 이전보다 늘었다며 이로 인해 공항 승객 대기시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교통안정청(TSA) 측을 인용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셧다운이 2월까지 이어지면 매년 초 이뤄지는 세금 환급 조치에도 차질이 빚어져 약 1,400억달러의 환급이 중단 또는 지연될 수 있으며 3,800만명의 저소득층 시민에게 제공되는 푸드 스탬프(식량·영양 물품 공급) 프로그램도 중단될 위기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