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양측이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거듭 확인한 데 이어 양측은 ‘회담 장소’ 선정을 위해 물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양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차 정상회담 장소가 “머지않아 발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대화가 장기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서도 양측이 물밑 논의를 통해 2차 정상회담 일정의 ‘발표 임박’ 단계로까지 나아갔는지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여 만에 2차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귀국길에 “내년 1월이나 2월에 (2차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다. 세 군데의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초로 예정됐다가 북측 요청으로 연기된 북미 고위급 회담이 결국 연내에 성사되지 못한 점과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핵화 여정은 먼 길이 될 것’이라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2차 정상회담 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대화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하는 ‘양면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미국 내 보수적인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핵화에 회의적인 입장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들어 북미 협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 2차 정상회담 조기 성사에 대해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트윗을 통해 “나도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긍정적으로 화답하고, 다음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친서를 공개하고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과 나흘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회담 장소 협의가 진행 중이며 조만간 발표되리란 언급이 나오며 새해 들어 정상회담 개최를 향한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2차 핵담판 시간표가 곧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커졌지만, 북미 협상 교착의 원인인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싼 입장차가 여전해 조속한 시일 내 정상회담 개최를 낙관하는 것은 아직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등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선(先)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제재 완화를 바라는 김 위원장은 불과 엿새 전 신년사에서도 미국의 상응 조치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북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고, 우리가 몇몇 매우 확실한 증거(some very positive proof)를 얻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대북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다만 ‘비핵화 이후 제재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입장에 비교해선 제재 지속 관련 조건을 완화한 표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2차 정상회담이 “머지않은 미래”에 개최되려면 양측의 간극을 좁힐 고위급 또는 실무회담이 이른 시일 내에 열려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내년 대선에서 북한 비핵화를 ‘외교 레거시’로 삼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2차 정상회담에 앞서 확실한 성과물이 필요하다. 사전 회담을 건너뛰기가 여의치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 양측의 공개적인 접촉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물류와 의전 등 실무준비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북미가 2차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를 먼저 발표하고 비핵화 내용과 실무준비 협상은 그 후에 할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중이라고 밝힌 2차 정상회담 장소가 어디가 될지도 주목된다. 장소와 관련, 미 CNN방송은 지난 3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비무장지대(DMZ) 등 아시아권과 미국 하와이가 후보군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 이어 이번에도 아시아지역이 물망에 올랐다. 한 외교 소식통은 CNN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아시아 국가에서 여는 방안이 선호되고 있다고 밝혔다. 1차 회담이 열린 싱가포르는 이번에는 후보지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은 처음에 김 위원장이 유학 생활을 한 스위스를 유력 후보로 생각하고 북한에 이를 제안했으나, 이동과 수송 문제로 스위스는 결국 후보지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