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독소조항 걸린 현대상선 LNG해운 지분 날렸다] 금융논리 휘둘려 실책 되풀이...알짜자산 뺏길 판

"국부유출 막자" 업계 반대에도

금융논리 휘둘려 실책 되풀이

잔여지분 20% 사실상 포기

0815A11 현대상선당기순이익



지난 2014년 IMM인베스트먼트가 현대상선에서 인수한 액화천연가스(LNG) 전문 해운사 현대LNG해운은 지난해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약 15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매출액도 전년보다 15%가량 늘어난 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가스공사와 맺은 20년짜리 LNG 장기 운송 계약이 든든히 받쳐주는데다 지난해 LNG선 운송 수요가 늘면서 영업기회가 늘고 운임료가 크게 올랐다. 2016년 중반만 해도 하루 2만5,000달러였던 LNG선 운임(160만 CBM급 스폿 운임 기준)은 2017년 말 8만2,000달러로 치솟았고 지난해 11월에는 19만달러까지 폭등했다. 급하게 몰렸던 연말 수요가 해소되면서 다시 10만달러 수준으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글로벌 LNG 물동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등의 LNG 수출 증가와 중국 등의 친환경 연료 수요 증가가 맞물려 있어서다. IMM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LNG 운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유럽 국가에서 우리에게 먼저 운송 계약 제안을 해달라고 요구해올 정도”라며 “새 LNG선 발주도 고려하는 등 화주 추가 유치를 위한 사업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NG 호황은 한 번 오면 장기간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0815A11 액화천연가스운반선운임비


이 같은 LNG 업황을 보면서 현대상선은 쓴 입맛을 다시고 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현대LNG해운 지분 20%를 무상양도해야 할 위기를 맞아서다. 현대상선은 IMM과 매각 계약 당시 모잠비크 LNG 가스전이 2017년 말, 2018년 말, 2019년 말까지 개발되지 못할 경우(결과적으로 해당 가스전에서 나오는 운송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각각 지분 7%, 7%, 6%를 공짜로 넘기기로 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18년은 물론 2019년에도 개발이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잔여 지분 20%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해당 모잠비크 가스전이 오는 2020년 이후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해당 가스전은 1~4광구가 있는데 1광구는 개발이 된 상태”라며 “4광구는 결국 개발되겠지만 2019년 말까지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가스전이 개발돼도 지분을 잃은 상황에서 아무런 실익이 없다. 결국 현대상선이 비용을 줄이겠다는 금융의 구조조정 논리에 기회를 잃게 됐다. 2014년 알짜로 꼽히던 LNG 사업 부문을 당시 산업은행의 속도전으로 인해 급하게 매각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LNG 호황을 놓치게 되자 산업계에서는 정부주도 구조조정이 다시 문제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17일 현대상선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2,212억원을 들여 싱가포르 와스카(SPC)에 팔렸던 부산신항만4부두 지분을 2년 만에 되사왔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당시 부산항만공사에 매각했다가 현대상선의 사정이 나아지면 되파는 방안으로 국부유출을 막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무산됐다”며 “채권단 요구로 매각했던 지분을 결국 두 배가 넘는 돈을 주고 되사오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조선업계가 ‘LNG 훈풍’ 수혜를 고스란히 보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발주된 LNG 운반선 76척(584만CGT) 중 66척(563만CGT)을 쓸어담았다. 전체 발주량의 96.4%다. 한 조선사 임원은 “가정이지만 당시 구조조정 폭풍 속에서 LNG 운반선 부문을 매각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해양플랜트 발주가 없는 상황에서 LNG선 수주가 없다면 말 그대로 길거리에 나앉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현대상선과 조선업계가 LNG 호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180도 다를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금융논리 위주의 산업 구조조정에 산업논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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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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