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추진되는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물리적 마찰로 번졌다.
제주시는 7일 오후 1시께 제주녹색당과 제2공항 반대 주민 김경배(50·서귀포시 성산)씨가 도청 앞 인도에 설치한 ‘제2공항 건설 반대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시가 이날 진행한 강제철거 대상물은 김씨가 지난달 19일 설치한 텐트·천막 2동과 김씨의 농성을 지지하는 제주녹색당의 천막 1동 등이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강제철거를 반대하는 시민과 공무원 간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일어나는 등 물리적 마찰이 일어났다.
제2공항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수십여 명이 천막을 에워싸며 강제철거에 저항했지만 수백여 명에 이르는 제주시 공무원 인력에 밀려 강제철거를 막지 못했다.
30여분 간의 철거작업 끝에 농성 텐트와 천막은 자취를 감췄다.
앞서 시는 이날 오전 9시께 행정대집행을 시도했지만, 제2공항 반대 시민 측이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됐다”며 경찰에 보호 요청을 하면서 1시간도 채 안 돼 철수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3조(집회 및 시위에 대한 방해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폭행·협박 기타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집회나 시위가 방해받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관할 경찰서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시는 하지만 지난달 19일 김씨 등이 설치한 시설물은 이날 시위와 무관하며 농성장 시설물을 철거해도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해 행정대집행을 재시도했다.
시는 지난달 20일 도청 앞 인도 위에 설치된 텐트 등을 자진철거 하라며 처음 계고장을 보냈다.
이에 녹색당 등 제2공항 건설 반대 측은 “천막설치는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시설물을 이용해 홍보하는 행위로, 정당법 제37조에서 보장한 적법한 행위”라며 맞서 왔다.
도는 김씨 등의 농성장 철거와 별도로 도청 1청사 현관 계단에서 연좌 농성 중인 시위대에 대해서도 강제 퇴거 조치를 했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 10여명은 지난 3일부터 원희룡 제주지사의 공개면담을 촉구하며 도청 계단에서 연좌시위를 진행했다.
도는 퇴거 조치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 “시민 10여명이 연좌시위를 한 도청 계단은 집회가 금지된 공공청사 시설물이며 공공청사 시설물에 대한 불법 점거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워져 청사 보호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퇴거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도는 도청 현관 계단을 무단으로 점거해 농성해 온 10여명에 대해 공공청사 무단 점거와 공무집행방해, 불법 시위 및 불법 홍보물 부착 등을 이유로 지난 6일 제주서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