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힘겹게 승리를 따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2분에 터진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필리핀과 역대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상대전적에서 8연승을 달렸다.
또 지난해 8월 한국 사령탑에 오른 벤투 감독은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무패 행진을 8경기(4승 4무)로 늘렸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를 원톱에 세우고, 좌우 날개에 황희찬(함부르크)과 이재성(홀슈타인킬)을 배치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공격형 미드필더, 기성용(뉴캐슬)-정우영(알사드) 듀오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고, 포백 수비라인에는 ‘전북 3총사’ 김진수, 김민재, 이용과 주장 완장을 찬 김영권(광저우)이 포진했다.
골키퍼 장갑은 주전 수문장 김승규(빗셀 고베)가 꼈다.
아시안컵 첫 경기에 나선 필리핀은 원톱에 하비에르 파티뇨를 내세운 5-4-1 전형으로 맞불을 놨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인 한국은 필리핀(116위)을 상대로 완승을 기대했지만, 필리핀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필리핀은 수비수 다섯 명을 세운 수비라인에 세운 촘촘한 수비로 한국의 예봉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왼쪽 날개로 나선 황희찬이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로 측면에서 활발한 돌파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공격의 흐름을 끊는 부정확한 패스와 마무리 부족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지루한 0-0 균형을 이어갔다.
전반 32분 정우영의 왼쪽 프리킥은 골대 위로 벗어났고, 전반 39분 이용의 크로스를 받은 황의조의 터닝슛은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필리핀의 반격이 매서웠다.
필리핀은 1분 후 역습 상황에서 다이스케 사토의 간결한 롱패스에 이은 파티뇨의 발리슛으로 한국을 골문을 노렸다.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 71%-29%로 지배하고, 슈팅 수에서도 8개로 2개에 그친 필리핀을 압도하고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로 연결하지 못했다.
후반 들어서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13분에는 기성용이 부상으로 교체를 호소해 황인범(대전)을 대신 투입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18분 구자철을 빼고 이청용(보훔)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패스 조직력이 살아난 한국은 마침내 필리핀의 골문을 열어젖혔고, 쉴새 없이 골문을 두드리던 황의조의 발끝에서 고대하던 첫 골이 터져 나왔다.
황의조는 후반 22분 이청용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공을 뒤로 빼주자 오른발로 강하게 찼다.
공은 골포스트를 맞은 뒤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청용이 시발점 역할을 했고, 황의조의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답답한 흐름을 깨는 가뭄의 단비 같은 선제골이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40분 이재성 대신 주세종(아산)을 기용해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