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어닝쇼크]4분기 영업익 반도체 5조·스마트폰 0.7조 급감...'더 깊은 골' 기다린다

실적하락 예견됐지만 낙폭 시장 전망 크게 웃돌아 충격

마지막 분기 스텝 꼬이며 '영업이익 60조' 달성도 실패

글로벌 경기침체 본격화...상반기 바닥 다질지 미지수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라인 모습. 지난해 4·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8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경제DB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라인 모습. 지난해 4·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8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경제DB



“반도체 위기가 숫자로 확인됐다.”

8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잠정치)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다. 실적 하락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하지만 낙폭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아 쇼크를 넘어 폭탄 수준이다. 10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은 최대 실적인 직전 분기(17조5,700억원) 대비 38.53%가 빠진 것이다. 주요 증권사 컨센서스(13조5,000억원)보다 2조7,000억원, 심지어 가장 안 좋게 봤던 도이치증권 예측치(11조8,000억원)에서도 1조원이나 낮다. 슈퍼 호황의 정점을 지났다는 메모리와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4·4분기가 반도체와 가전 업계에서 성수기로 분류되기에 충격은 더 컸다. 삼성전자가 잠정실적 공시 자료를 내놓으며 이례적으로 첨부파일을 붙여 실적 전망을 소개한 데서도 위기가 감지된다. 삼성 내부에서조차 어닝쇼크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우려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1등 기업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내놔 더 걱정”이라며 “올 상반기에 저점을 다질지 아니면 하반기 내내 덜컹거릴지 판단이 어렵다”고 봤다.



◇반도체 5조원 이상, 스마트폰 1조원 가까이 이익 감소=10조원대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 1·4분기(9조9,000억원) 이후 최악이다. 삼성은 그해 2·4분기(14조700억원)부터 지난해 3·4분기(17조 5,700억원)까지 최소 14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파죽지세로 달려왔다. 연말 특별상여금 지급(7,000억원 수준)이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자칫 올 1·4분기 2년 만에 한 자릿수 영업이익으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실제 사업부별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보면 실적 악화가 전방위적이다. 반도체(DS)만 해도 직전 분기 대비 41%(5조 6,500억원) 감소한 8조원 초반대, 스마트폰(IM)은 31%(7,000억원) 하락한 1조원 중반대가 점쳐진다. 마찬가지로 이익이 준 디스플레이(9,000억원), 소비자가전(3,000억~4,000억원)의 형편이 괜찮아 보일 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도 2016년 4·4분기(17.3%) 이후 최저인 18.3%에 그쳤다. 마지막 분기의 스텝이 꼬이면서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243조5,000억원, 영업이익 5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지만 기대했던 ‘영업이익 60조원’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출하량이 예상보다 안 좋았던데다 스마트폰도 경기침체와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업체의 성장으로 판촉비가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재고 부담과 가격 추가 하락에 기댄 주문 감소가 겹치면서 당분간 하락 추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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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이어지면 회복은 더 밀릴 수도=삼성은 일단 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하반기 실적이 긍정적 흐름을 띨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확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5G·인공지능(AI)·전장 투자 수요 △성수기 진입 등이 그 근거다. 다 맞는 말이지만 ‘어닝 쇼크’에 따른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가깝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재고 조정이 마무리돼야 하반기부터 수요가 서서히 살아날 것”이라고 봤다. 이 연구원은 “계절적인 요인으로 하반기에 좋아질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거시경제 둔화가 지금보다 커지지 않는다는 가정이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바람과 달리 실적회복이 내년으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수 있는 점은 최대 악재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2년 6개월 만에 기준점인 50을 밑돌았을 만큼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오는 3월이면 90일간의 미국과의 관세 부과 휴전이 끝나 관세 전쟁이 재연될 수도 있다. 20개가 대기 중인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도 경기 침체와 맞물린 변수다. 스마트폰의 경우 올해 말쯤 삼성전자와 화웨이 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격차가 현재의 6.5%에서 2.9%포인트까지 좁혀질 것이라는 보고서(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마저 나왔다. 그만큼 전망이 어둡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반도체 수요가 이전 대비 급증하는 등 패러다임이 바뀌기는 했지만 실적 반등 시점이 최악의 경우 하반기 이후로 밀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중국 등 메모리 반도체 후발주자를 손봐야 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업계의 한 임원은 “우리 기업들이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갖춘 만큼 초격차 유지에 사활을 걸면 기회는 또 온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고병기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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