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대치동의 한 부동산 밀집 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송은석기자작년 3분기 가계 여유자금이 예년 수준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등의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며 가계가 주택 구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자산 대신 주택과 같은 실물자산 투자가 늘어나며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6년 3개월 만에 최저를 찍었다. 여유 자금을 미리 확보해둔 기업들도 투자를 미루면서 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전 분기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은 11조원에 달했다.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이지만 같은 분기 기준으로 보면 예년보다 낮다. 2009∼2017년 3분기 가계 순자금 운용 규모는 평균 13조6,000억원이었다.
순자금 운용은 경제주체가 예금, 채권, 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 등(자금 조달)을 뺀 금액을 말한다. 가계가 신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여윳돈을 쓰고 대출을 받은 결과, 가계의 순자금 운용 규모가 예년을 밑돈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주택 투자 증가세가 2∼3년 높았다가 둔화했지만 예년과 비교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계의 자금 조달은 25조1,000억원, 자금 운용은 36조1,000억원으로 모두 전 분기(각각 27조6,000억원, 38조5,000억원)보다 줄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자금 운용-자금 조달·순자금 운용이 음의 값인 경우)도 전 분기 15조4,000억원에서 7조2,00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비금융 법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017년 4분기 1조2,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작았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영향을 크게 받아 순자금조달 규모가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투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국민 계정상 민간설비투자는 작년 2분기 35조2,000억원에서 3분기 32조3,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민간건설투자 역시 같은 기간 63조3,000억원에서 55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순자금조달은 줄었지만 비금융 법인의 자금 조달은 전 분기 27조5,000억원에서 51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비금융 법인의 자금 운용도 12조1,000억원에서 44조원으로 확대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투자가 줄었는데도 조달을 늘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현상”이라면서 “다만 조달한 금액을 바로 투자하지 않으면 어딘가에 운용해야 하므로 운용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 등을 모두 합한 일반정부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13조1,000억원에서 17조9,000억원으로 커졌다. 한은은 계절적으로 3분기에는 일반정부의 순자금 운용 규모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통상 정부가 상반기 재정을 당겨 쓰는 조기 집행을 하기 때문에 하반기 정부지출 규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작년 3분기 말 국내 비금융 부문의 금융자산은 전 분기보다 104조원 증가한 8,145조5,000억원, 금융부채는 58조4,000억원 늘어난 5,342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1.52배로 전 분기 말과 동일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4배로 전 분기 말(2.15배)보다 소폭 떨어졌다. 이는 2012년 2분기(2.14배)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가 주택 투자를 하면서 금융자산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