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9시 30분 방송한 tvN ‘왕이 된 남자’ 2회 시청률은 6.6%를 기록하면서 지상파를 포함해 월화극 1위 자리에 올랐다. 같은 날 30분 늦게 시작한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5.9%-6.8%로 전날보다 다소 내려앉았다. MBC TV ‘나쁜 형사’는 5.7%-5.9%, SBS TV ‘복수가 돌아왔다’는 4.9%-5.4%로 오랜만에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가 나란히 5%를 넘었음에도 tvN에 선두를 내줬다.
지난 2012년 1,2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원작으로 한 ‘왕이 된 남자’는 서사를 더 길고 탄탄하게 쌓기 위해 초반 배경 설명에 공을 들였다. 특히 영화와 비교해 세자 이헌(여진구)이 부왕의 신임을 얻지 못한 채 왕위를 잇게 되면서 부왕이 총애하던 대군을 제거하고 냉혈한이 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아울러 간신을 대표하는 신치수(권해효)와 충신 이규(김상경) 등 조정 내 대립 구도도 명료하게 그려내 극심해질 갈등을 예고했다.
눈에 띄는 것은 왕과 광대 하선, 1인 2역을 연기한 여진구였다. 그는 불안정한 재위 초기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으며 동시에 광대 하선을 연기할 때는 젊은 피 그대로 혈기왕성하면서도 순수한 성격을 담았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희원 PD는 “원작과는 달리 왕을 대리하게 된 자의 의지에 집중했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왕과 중전(이세영)의 멜로 등 새로운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를 채우겠다고 예고한 만큼 영화와의 차별화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2’는 지난 2016년 방영돼 시청률 17.3%를 기록했던 인기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두 번째 이야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상우 감독은 “시즌2는 시즌1의 동네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으로 범주를 넓혔다”며 “수십 년간 상처받고 힘들었던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로 심화, 확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즌3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믿고 보는 박신양과 고현정의 카리스마가 어떤 조화를 이룰지 기대를 키우기도 했다. 고현정은 극에서 박신양과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다. 제작진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다른 악역과는 조금 다르다”며 “피해자면서 동시에 가해자 역할”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들호 시즌2’는 인기를 끌었던 작품의 시즌2이자 박신양과 고현정이라는 명품 배우를 필두로 한 기대작이었음에도 2회 만에 ‘왕이 된 남자’에 1위를 뺏기면서 올해도 지상파 드라마 위기론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상파 드라마가 힘을 못 쓰게 된 데는 외주제작사에서 제작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비지상파로 가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드라마가 보편적 시청층을 상대한다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달라지고 있는 시청자 취향에 맞춰 기획해야 한다”며 “또한 투자도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tvN 등 비지상파에서 더욱더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좋은 작가와 배우들이 그쪽으로 더욱 몰리게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스타 작가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비지상파에서 작품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배우들도 그쪽으로 이동하게 되자, 지상파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소소한 느낌으로 느껴지고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지상파 드라마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신진 작가 발굴 등을 통한 참신한 소재 확보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