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빨리 수술 받기를 바라는 환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유명 병원 의사일수록 일반적으로 수술이 이뤄지기까지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 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정작 예정됐던 수술이 임박해 취소되는 비율이 12명 중 1명꼴에 달하며, 수술 취소 건수의 절반가량은 환자가 갑자기 수술을 거부하거나 연기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태현 교수팀은 2007∼2016년 경기도 소재 한 대학병원에 수술을 예약한 6만330명(남 2만8,851명, 여 3만1,479명)을 대상으로 수술 취소율과 사유를 분석한 결과가 이와 같았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 및 공중보건’(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을 보면 조사 기간에 예약됐던 수술이 취소된 경우는 4,834건으로 수술취소율은 8.0%에 달했다. 수술 취소는 연령대가 80세 이상인 경우(1.35배), 진료과목이 신경외과일 경우(1.39배), 마취종류가 부위마취인 경우(1.15배)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요일별로는 월요일에 예정된 수술인 경우 다른 요일에 견줘 취소될 가능성이 15%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의 수술 취소율이 9.0%로 여성 7.1%보다 높았다. 수술이 취소된 주된 이유로는 ‘수술 전 추가 검사 및 치료 필요’(32.4%), ‘수술 거부 및 미입원’(29.9%), ‘환자 개인 사정에 따른 수술 연기’(19.7%) 등이 꼽혔다. 환자들이 자의적으로 수술을 취소한 경우가 절반가량인 셈이다.
반면 병원에 의한 수술 취소는 6.8%(329명)에 달했으며, 원인으로는 ‘불완전한 의학적 평가’(3.3%), ‘수술 의사 부재’(1.3%) 등이 꼽혔다. 연구팀은 병원 측 요인의 경우, 수술 취소를 막을 수 있었던 사례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진료과목별 수술 취소율은 신경외과(10.5%), 비뇨기과(10.4%), 정형외과(9.7%) 등의 순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수술이 취소될 경우 병원에서 준비했던 수술인력, 수술기구, 공간 등의 자원이 제때 활용되지 못해 비효율을 초래하고, 병원 전체의 수술 일정이 늦어져 수술이 급한 신규 환자의 입원을 지연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술 취소 가능성을 고려한 수술실 운영시스템 개발, 수술 전 환자 평가시스템 도입 및 활성화, 환자와의 유대관계 형성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술이 취소되는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일부는 예방이 가능했었다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병원은 수술 일정이 원활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검사나 치료를 사전 일정에 맞춰 제공하고, 환자도 가급적 자신의 수술 일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