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승인투표의 부결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브렉시트 발효시한을 오는 7월로 연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요청이 있으면,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브렉시트 발효시한을 오는 7월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 총리가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를 진행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의회 내 EU 잔류파와 강경파의 입장이 크게 엇갈려 부결 가능성이 커지자 메이 총리에게 여분의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표결을 추진했지만,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될 것을 우려해 오는 15일로 표결을 한 차례 미뤘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합의안 부결 시 메이 내각을 상태로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EU 관계자는 “메이 총리가 의회와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올 경우 기술적으로 7월까지 논의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의 헌법에 해당하는 리스본 조약은 제50조에서 회원국 탈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7년 3월29일 EU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으며, 리스본 조약에 따르면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탈퇴를 공식 통보한 후 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EU 고위 관계자는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후 조기 총선이나 제2 국민투표에 대한 요청이 제기될 경우 논의시간을 더 늘리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영국이 공식탈퇴 시일 연기를 요청할 경우 정상회담을 소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산하 연구기관인 EIU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하원이 이달 15일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거나,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을 지지할 경우 브렉시트는 3월29일 벌어진다”며 “그 어떤 경우에도 영국 정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우리는 EU가 벼랑 끝 상황을 피하고자 기꺼이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이 총리는 13일자 ‘선데이 익스프레스’ 기고문을 통해 “의원들은 브렉시트를 지지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하면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신뢰에 관해 큰 재앙이 되고 용서할 수 없는 위반이 될 것”이라고 의회의 합의안 승인표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