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최악 미세먼지 숨막힌 韓] 중국發 오염원 쌓이고 대기 정체...겨울 내내 '삼한사미'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 왜

지난해 고농도 미세먼지 국외 기여 50%대...수도권은 74%

엘니뇨가 한반도 계절풍 약화시켜 먼지 씻어내지도 못해

경유차·火電 국내 요인도..."명확한 원인 규명·규제강화"

14일 서울 잠실대교에서 바라본 잠실 도심이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쓴 경찰들이 미세먼지 줄이기 시민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연합뉴스14일 서울 잠실대교에서 바라본 잠실 도심이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쓴 경찰들이 미세먼지 줄이기 시민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연합뉴스



류여우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28일 한국의 ‘중국발(發) 미세먼지’ 보도에 대해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공개 반박했다. 중국에 유리한 자료만 내세운 이 주장에 지난 3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7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각각 중국 등 국외 영향이 크다고 맞서며 한바탕 미세먼지 외교전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온 국민이 겨울철 서풍만 불면 마스크를 쓰고 한국 정부가 아무리 미세먼지의 최고 4분의3은 ‘국외발’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도 중국의 모르쇠 전략을 뚫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책임론에서 벗어나 명확한 원인 분석과 양국 공조에 힘을 쏟는 한편 내부적으로 경유차 감축 등 집토끼 잡기에 주력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국외 기여 최대 74%=14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네 번의 사례에 대해 원인을 분석한 결과 중국 등 국외 기여율이 절반을 차지했으며 수도권에 한정할 경우 최고 74%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89회나 발령된 지난해 11월26~28일의 경우 국외 오염물질이 유입된 뒤 대기 정체 상태가 지속돼 농도가 높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내몽골 부근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기류를 따라 남동진하며 수도권을 시작으로 점차 내륙으로 확대됐다. 전국을 기준으로 국내외 초미세먼지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은 51~66%였고 27~28일 수도권만 놓고 보면 74%까지 치솟았다. 이보다 앞서 발생한 같은 달 3~6일 고농도 미세먼지의 국외 기여율은 18~45%로 국내에서 발생한 먼지가 주된 원인이었다. 지난해 1월15~18일과 3월 하순의 경우 국외 기여율은 각각 38~57%, 32~69%였는데 상황에 따라 국내 원인이 더 클 때도 있었지만 국외 기여율은 절반가량을 나타냈다.



◇G2 무역분쟁도 악영향…바람도 안 도와줘=환경과학원이 애써 ‘국외 기여’라고 표현했지만 겨울철과 봄철 대륙에서 날아오는 편서풍을 고려할 때 나라밖 요인은 대부분 중국이다. 다만 미세먼지의 발생부터 진행 경로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중국 때문’이라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식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원인 규명을 떠나 당장 현실적인 문제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 심해지고 한반도 대기는 먼지가 점점 쌓이되 배출은 어려운 여건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대기환경까지 위협한다. 중국이 경기 부진을 막으려 내수진작에 나서면서 공장들의 화석연료 사용규제를 완화해서다. 중국 정부는 올해 PM 2.5급 초미세먼지를 5% 감축하겠다던 원래 목표치를 3%로 이미 낮췄다. 적도 지역의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인 엘리뇨도 문제다. 기상청은 올 초겨울부터 발달한 약한 엘리뇨가 겨우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엘리뇨는 한반도에 부는 계절풍을 약하게 해 대기 정체를 심화한다.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에 갇힌다는 얘기다.

1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쓴 경찰들이 미세먼지 줄이기 시민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연합뉴스1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쓴 경찰들이 미세먼지 줄이기 시민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연합뉴스


◇경유車·화력발전…국내 원인도 적지 않아=중국 등 나라밖 요인이 국내 미세먼지의 상당량을 차지한다고 하지만 경유차가 내뿜는 매연이나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쏟아져 나오는 국내 발생 미세먼지도 무시할 수 없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때는 재난에 해당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인데 중국발을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국내에서 생긴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도로운송 부문에서 비롯했으며 자동차 중 노후 경유차가 주범으로 꼽힌다. 석탄화력발전소도 주요 배출원이다. 감사원은 2016년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실태를 감사해 “충남 지역 발전소의 수도권 대기오염 기여율이 미세먼지는 21%, 초미세먼지는 최고 28%에 달하는데 정부의 대기환경관리계획에 화력발전소 관리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종합대책에서 상시저감 방안으로 경유차 감축과 석탄발전소 가동중지(셧다운) 강화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미세먼지는 중국 등 외부요인과 국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감축을 위한 다각도의 정책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중국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해 중국을 움직이도록 압박하는 게 첫걸음이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과 함께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총량제를 도입해 서로 미세먼지를 줄일 기술·재정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경우 이미 다양한 수단과 대책이 마련된 만큼 피부에 와 닿는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진혁기자 세종=정순구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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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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