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2025년까지 원자력에너지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이 아닙니다.”
예쭝광(葉宗洸) 대만 칭화대 원자력과학기술개발센터장은 1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 세미나에 참석해 대만의 ‘탈(脫)원전법 폐지 국민 투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예 교수는 이 국민 투표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치적인 이유로 원전 가동이 일부 중단된 데다 대기오염 문제로 화력발전마저 출력이 줄며, 대만에서는 최근 전력공급 중단 사태를 빈번하게 경험했다”며 “작년에는 병원에 전력이 끊기는 위기 상황도 맞았지만 정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 교수는 국민 투표를 이끄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대만 법에 따르면 국민 투표를 위해서는 세 차례에 걸쳐 총 유권자의 0.01%, 1.5%, 25%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서명을 얻어내야 한다. 그는 우선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의 오해를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다양한 매체에 논평 기사를 냈고 어린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원자력 기초강연을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함께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한편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예 교수는 “대만에는 원자력 안전 관련 학과가 칭화대에만 한 개 있다. 우리가 최전선에서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했다”며 정책 결정 전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내 탈원전 반대 시민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주 교수는 원자력학회의 입장 발표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서명 운동 등을 성과로 꼽았다. 한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도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심포지엄을 열어 ‘탄소 제약 사회에서 원자력의 미래’를 주제로 논의했다. 연사인 자코포 부온지오르노 MI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50년 대부분의 지역에서 예상되는 전력 부하를 해결하는 동시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기존 시스템과 다른 발전 믹스 모델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연구 분석을 통해 원자력에너지가 저탄소 기술 중 하나로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