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국에서 정부뿐 아니라 민간도 우주산업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우주사업 중 상업성이 기대되는 부문을 민간으로 이전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회의가 지난 7일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대한민국 우주산업 전략(2019~2023년)’을 확정했다. 우리의 우주기술 중 가장 선진국에 근접한 것이 인공위성 분야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해당 분야에서 한류의 꽃봉오리가 피어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제3차 우주개발진흥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30년 사이에 42기의 국산위성이 추가 개발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위성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한국을 세계 6~7위권으로 평가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처음으로 국산위성 개발을 개시해 1992년 순수 과학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한 것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의 위성 개발 역사는 3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형과 중형위성 분야에서는 90%대의 기술자립도를 달성해 독자적으로 차세대 위성을 개발·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위성을 싣고 600~800㎞ 상공의 저궤도까지 올려놓을 수 있는 토종 우주로켓(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021년까지 개발 완료되면 한국은 자국 영토에서 우주기지와 위성·우주로켓을 모두 갖추고 자력으로 국산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일곱 번째 나라가 된다. 이런 능력을 보유한 개별 국가는 현재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인도·일본 등 6개국뿐이다.
위성 분야에서 앞으로 우리가 도전해야 할 목표는 초소형군집위성과 대형위성 분야다. 특히 작게는 손톱만 한 크기까지 축소 제작돼 수백~수천기씩 군집비행을 하는 초소형위성은 1개 군집당 제작비용이 수억~수십억원대로 저렴하고 제작기간이 1년 안팎에 불과해 1기당 보통 수백억원의 제작비용이 들어가는 중형위성보다 민간기업이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제작·활용하기에 좋다. 대형위성은 제작단가가 높은 데 비해 보다 정밀하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 초정밀 지상관측이 필요한 자율주행차 지상항법용과 초고속통신용·군사안보용 등의 목적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성산업이 제대로 만개하려면 단순한 하드웨어(위성제작)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할 공공 및 상용 콘텐츠를 개발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급증하는 국산위성을 통해 대규모로 쏟아질 각종 자연·재난정보(기후·지형·환경), 교통정보, 방송정보, 우주관측정보를 수작업이 아닌 자동으로 분류하고 실생활과 행정·안보·기업활동 등에 유용한 데이터로 분류·융합·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위성산업의 경제적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위성의 영상정보 등 다양한 자료들을 초고속으로 식별·분석하고 데이터를 보정·융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한국형 분석준비데이터(K-ARD), 실시간 위성영상 검색용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공위성 이외의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우주로켓에서는 중위권 수준, 우주탐사에서는 초보 수준이다. 2021년 개발이 완료될 누리호를 기반으로 달 탐사 로켓 및 탐사차량(로버) 등을 개발해 2030년 무인 달 탐사를 마치게 되면 우주로켓과 탐사 분야에서도 중위권 이상의 실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달의 유인 탐사 및 개발, 화성 및 심우주 탐사는 아직 기초 인프라와 기반기술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독자사업보다는 우주협력사업을 통해 경험·기술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