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친미 우파국가들이 새해 들어 반미 좌파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한 협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이웃 국가들로부터도 고립된 마두로 대통령은 최저임금 300% 인상 등 경제개혁 카드로 정국 타개에 나섰지만 이미 경제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데다 국제적 고립까지 심화해 위기의 출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주도로 친미 성향의 우파국가들이 모인 새로운 남미지역 기구 창설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파 성향의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는 남미국가연합(UNASUR·우나수르)을 대신할 ‘프로수르(PROSUR)’를 출범시켜 독재정권인 베네수엘라의 영향력 확대를 막을 것”이라면서 “프로수르는 남미국가들의 공공정책을 조정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수르는 지난 2008년 좌파 지도자들이 주도해 만든 우나수르와 달리 우파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천명하며 외교적으로는 친미 성향에 가깝다. 우나수르는 중남미의 대표 좌파 정치인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2008년 5월 창설을 주도했다. 그러나 좌파 몰락과 함께 2017년 1월부터 사무총장 공석 상태가 계속되고 재원조달 길도 막히면서 최근에는 회의도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우파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최근 두케 대통령과 프로수르 창설에 동의했으며 브라질의 극우 성향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도 조만간 지지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6일 아르헨티나의 우파 대통령인 마우리시오 마크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정부는 이 같은 공세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콜롬비아가 액체연료 유통 과정에서 부당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장 접근을 막는 등 불법적으로 수출을 차별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콜롬비아를 제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 대통령도 이날 제헌의회 연례 연설에서 브라질을 겨냥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현대판 히틀러’”라며 “브라질은 파시스트의 손안에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재임 후 첫 행보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생활필수품 부족 문제 해결방안이라면서 최저임금 300% 인상, 원유 증산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개혁안을 발표했으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