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7월 ‘호프미팅’ 이후 1년5개월 만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간 간담회에서 청와대는 행사 곳곳에서 재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를 하며 “많이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선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참석자 모두가 양복 겉옷을 벗고 와이셔츠에 넥타이만 맨 채 토론을 시작했다. 사회를 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안하고 문 대통령이 수락했다. 문재인 정부와 기업 사이에 얽힌 문제들을 격의 없이 진솔하게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자리 배치도 눈길을 끌었다. 크게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기업인 집단과 문 대통령을 바라볼 때 왼쪽에 위치한 정부 관계자 집단으로 나뉘었다. 문 대통령이 정부 관계자 쪽이 아닌 기업인 쪽 좌장을 맡은 격으로, 기업의 편에 서 있다는 신호를 줬다. 문 대통령 뒤에 앉은 기업인이 질문이나 건의사항을 발표하면 정부 관계자 집단에 자리한 해당 부처 장관 등이 답변을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구체적으로 기업인 집단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자리가 배치됐다. 문 대통령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가 앉았고 왼쪽에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가 자리했다. 문 대통령 뒤편에는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앉았다.
행사장 가운데에 놓인 구조물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해외 각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깃발을 꽂은 세계전도 구조물이 설치됐다. 세계 속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기업의 역할을 새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용만 회장이 사회를 본 것도 주목거리였다. 보통 청와대 행사는 고민정 부대변인이 사회를 봤지만 재계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박 회장이 직접 사회를 맡았다.
행사에 앞서 노 비서실장은 기업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 부회장 등 기업인들이 차례로 줄을 서 노 실장과의 악수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밖에 사전 환담에서는 김수현 정책실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이 명함을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