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발언대] 계약서는 공정해야 하나

김남우 법무법인 트리니티 미국변호사

김남우 법무법인 트리니티 외국변호사·법학박사



법률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어떤 계약서가 좋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신에게 ‘좋은’ 안전장치가 되는 것, 분쟁 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게 좋은 계약서다.

계약서를 쓰는 목적은 단순하다. 계약 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가능한 자세하고 면밀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최대한 고려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잘 작성된 계약서만으로도 계약 후 법률전문가를 만나거나 법정에 서게 될 일이 줄거나 없어진다.


계약 체결 후 분쟁이 없더라도 계약서를 잘 작성하는 것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계약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양 당사자들이 해당 계약을 통해 기대하고 있던 사항이나 당연히 이해가 일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용을 미리 확인하고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쓴 계약서는 구체적인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당사자 간에 합치된 의사를 사전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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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계약서를 작성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일까. 계약서 검토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첫 질문은 으레 ‘이 계약서가 공정한가’라는 점이다. 하지만 계약서를 검토할 때 그 내용이 옳고 그르다는 의미로 공정성에 초점을 두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정성에 초점을 두게 되면 체결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 계약을 거절하게 될 수도 있다. 계약 내용이 설사 공정하지 않게 보인다 할지라도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얻어낼 수 있는 대안이 없다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현실적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계약 역시 상대방이 있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없다. 상황에 맞는 협상의 레버리지(leverage) 원칙에 충실해 공정성에 함몰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계약서를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계약은 마치 이웃과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한 울타리를 치는 작업과 같다. 계약 체결에 급급해 법규위반만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법률전문가들은 자주 받는다. 하지만 계약 협상을 통해 자신의 울타리를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법률전문가와의 협의로 계약의 협상과 작성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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