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7시 15분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민원인으로 출입한 최 모(81) 씨가 대법원 서관 비상계단에서 숨져 있는 것을 미화원이 발견했다. 최씨는 전날 오후 2시 30분께 출입증을 받아 법원도서관 열람실을 이용했다.
최씨는 한 의사가 자신을 치매라고 잘못 진단해 피해를 봤다며 2013년 9월 의사를 상대로 1,7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1년 7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패소했고, 이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에서 최씨는 자신의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점수가 높게 나와 정상 수준인데도 치매로 진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최씨의 다른 증상들을 근거로 치매로 본 의사의 진단이 진료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2017년 10월 기각됐다. 4년여에 걸쳐 소송에서 진 최씨는 소송 비용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대법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최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와 사망 경위,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대법원 내에서 최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