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 'KT 불법 후원금 사건' 황 회장 등 7명 송치

'상품권깡'으로 의원 99명 불법 후원

의원실 전수조사에도 혐의 입증 실패

KT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황창규 KT 회장 등 전현직 임원과 법인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을 사실상 마무리 짓기로 했다. KT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대가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황 회장과 구모(54) 사장 등 KT 전현직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양벌규정을 적용해 KT 법인도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KT는 2014년 5월부터 4년간 상품권을 구매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인 ‘상품권 깡’을 통해 국회의원 99명에게 총 4억3,790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후원에는 KT 대관부서인 CR부문 전현직 임원들이 대거 동원됐다.


이들은 경쟁사 ‘벤치마킹’을 명분으로 법인자금으로 주유상품권 등 상품권 수억원어치를 구입한 뒤 되파는 방식으로 현금화했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해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얽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금으로 전달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KT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여야의원 중 일부가 취업청탁과 지역구 단체에 기부를 요구한 사실을 포착하고 의원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KT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99개 국회의원실 보좌관과 회계책임자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였지만 대가성을 입증할 만한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혐의를 입증하는데는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원실은 대체로 ‘(KT 후원금을)받은 기억이 없다. KT 자금인줄 알았다면 안 받았다’는 입장”이라며 “후원금이 공식 후원계좌로 송금됐고, 해당의원에게 후원금을 직접 건넸다는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며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2017년 11월말경 내사를 벌이면서 본격화됐다. 경찰은 KT 본사와 광화문지사 등 5차례 압수수색과 황 회장에 대 소환 조사도 진행했다. 경찰은 수사내용을 토대로 황 회장 등 KT 임원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두 차례나 반려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소위 ‘쪼개기’식으로 기업이나 단체 등의 이익을 위해 법망을 피해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정치자금 후원 전반에 대한 개선사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최성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