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이 17일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며 “계속 강행한다면 엄중한 후과가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일정에 맞춰 미국에 대한 상응 조치 요구 리스트를 또다시 꺼낸 것이다. 평화체제 논의를 주장하면서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까지 요구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미국은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전면에는 대북 강경론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섰다. 펜스 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핵무기를 해체하기 위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들을 여전히 기다린다”며 요구에 앞서 비핵화 행동부터 하라고 압박했다.
17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이날 평양~베이징~워싱턴 일정에 돌입했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직무대행도 동행했다. 이들은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고위급회담을 맡았던 북한 협상팀의 핵심 인물들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소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워싱턴에 체류하는 동안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와 개최 장소·시기 등이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예비 담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고삐를 바짝 당겼다.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후퇴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관계를 흔들려는 노림수다.
미국 역시 사전 기선제압에 나섰다.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를 거론하면서 “우리 국민과 역내 우리의 동맹들을 위협하는 핵무기”라고 표현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아직 북한으로부터 괄목할 만한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미는 물론 국제공조를 강조한 것이다.
북미 간 막판 기 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한국·중국·일본의 상호 정보 공유와 사전 협의 움직임도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한미는 워킹그룹 화상회의를 통해 제재와 연계되는 남북 교류사업, 북한 관련 제반 사항을 논의했다. 중국은 쿵쉬안유 외교부 부부장을 서울로 보냈다. 쿵 부부장은 북핵 관련 중국 측 수석대표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의 카운터파트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통해 미일 연대를 확인했다.